압록강을 넘어서 독후감 (페북 권종현님 글)
저자 김갑수님은 이 소설을 픽션이 아닌 역사 팩션이라 했다. 역사적 진실을 담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리라.
실제로 치밀한 사료에 근거해1905년에서 1920년대 초반까지의 우리나라 초기독립운동사를 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냈다.
을사늑약과 경술국치를 격으며 제국주의의 본질을 인식하고 그에 맞서며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고 죽었던 멀지 않은 역사 속 사람들이 살아난다.
주인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실제 인물이기에 독립운동사를 공부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철저한 역사 의식에 더해 작가 특유의 인간에 대한 통찰과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는 문학과 역사와 철학의 융합의 정수를 맛볼 수 있게 한다.
옛 선비들은 문사철과 시서화를 두루 갖춘 통섭적 인간을 지향했다더니 바로 이 작가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역사는 과거이면서도 항상 현재의 의미를 묻는다.
지금 이 지점에서 왜 구한말과 초기 일제강점기 역사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까.
지난 해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하여 무료배포한 다큐 '백년전쟁'이 왜 그렇게 큰 호응을 얻을까.
제국주의의 형성과 침략으로 시작된 레지스탕스와 콜라보들의 대립. 100년을 이어오면서도 여전히 콜라보들이 주역인 세상.
지난해의 선거 대실망도 역사적 안목으로 보면 능히 극복할 수 있겠다 싶다.
아무렴 제 명치를 카로 찌르고도 한번에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다시 피묻은 손을 벽에 문질러 닦으면서 몇차례 자기 몸을 더 찔렀던 민영환의 절망에 비하겠는가.
'지식인 되어 살기가 이다지도 어렵구나'라며 절명시를 남기고 죽어간 야인 매천 황현의 비통함에 비하겠는가.
독약을 입안에 털어놓고도 살아나 한쪽 눈으로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쳤던 신규식에 비하겠는가.
숱한 독립운동 애국지사들을 제거하고 외세와 친일파와 결탁하여 단독정부를 세우고 권좌에 오르는 이승만을 봐야했던 당시 민중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다카키마사오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모습을 봐야했던 장준하 선생같은 독립운동가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20세기 초반 압록강을 넘었던 수 많은 이들의 팩션을 통해 2013년의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할지를 묻고 답하기를 반복한다.
'압록강을 넘어서'를 나는 큰바다를 넘어와 이곳 적도 아래 남반구의 롬복 섬에서 읽었다. 벌써 일주일 넘게 가족과 함께 발리섬과 롬복섬 길리섬을 오가고 있다.
가장 고단한 이야를 가장 팔자가 좋은 조건에서 편한 자세로 보았다.
몸은 어느새 영하 15도의 기온을 잊고 간사스럽게도 열대우림에 익숙해 있다.
몬순 기후의 반복 순환적 패턴의 삶을 관조해보게 된다.
한 마을에 모내기와 벼베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순환적 변화가 적은 지역에서 지난 수년간의 생활을 되돌아보며 계획도 세워 볼 요량이다.
페북에 오르는 많은 절박한 얘기들 앞에 너무 팔자편한 얘기같아 많이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모습인걸.
그리고 작가 김갑수님의 글을 통해 지난해 진보당 사태를 비롯해 정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글과 작품을 이래저래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세상과 역사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압록강을 넘어서'도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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