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캠프에서 '텀블러(Tumblr)' 계정을 시작했다. 오바마 뿐만 아니라 올해 4월에는 공화당 대선후보 미트 롬니(Mitt Romney)와 비욘세(Beyonce) 등 유명인들이 자신의 텀블러를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 한국인 사용자는 많지 않지만 텀블러는 미국에서 페이스북(Facebook) 다음으로 방문자수가 많은 마이크로블로깅 플랫폼 서비스(MicroBloging Platform Service)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견딜 수 없는 무거움 사이, 텀블러
▲ 텀블러 로고
▲ 텀블러/tumblr.com
트위터(Twitter) 사용자들은 140자의 제한을 답답해한다. 더 많은 사진, 동영상, 글 등 가릴 것 없이 콘텐츠를 공유하고 싶어도 제약이 따른다. 블로그에 글을 쓰자니 전문적인 글이나 장문을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따른다. 이 때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텀블러다. 텀블러는 2007년에 설립되어 현재 6,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있다. 월 평균 1,880만 명이 텀블러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고, 월 평균 사용시간도 151분으로 핀터레스트(Pinterest) 80분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이렇듯 텀블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틈새시장에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텀블러의 장점은 사용이 쉽다는 것이다. 기존에 갖고 있는 이메일(E-mail)을 통해 가입하고 나면 누구든 자신의 마이크로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다.
▲텍스트, 사진 등의 텀블러 아이콘을 클릭만 하면 바로 쓸 수 있다.
텀블러는 동영상, 사진, 글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으면서도 간략한 레이아웃으로 부담 없이 생각을 전개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달리 모바일 기반 연동이 잘 되어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 텀블러 스탭이 직접 설명한 모바일 사용 방법
다양한 레이아웃도 제공해 원하는 레이아웃을 적용할 수 있다. 레이아웃 변경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꾸미는 것처럼, 운영하는 텀블러를 원하는 형태로 간단하게 바꿀 수 있다. 같은 것을 싫어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자신의 개성에 따라 레이아웃을 변경할 수 있다
텀블러는 일상의 단상을 사진과 함께 올리거나, 자신이 작업한 내용을 올려 전시하는 등 가볍게 자신의 일상을 담아낼 수 있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사진을 올릴 때도 원하는 모양으로 배치해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한 때 블로그가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텀블러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의미가 크다.
텀블러와 오바마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오바마팀은 텀블러 계정을 열며 아래와 같은 인사말을 남겼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오바마의 일상을 담아내고, 핀터레스트는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운영된다. 트위터, 페이스북, 핀터레스트에 오바마 캠프가 생산한 콘텐츠가 담긴다면, 텀블러에는 오바마 지지자가 생산한 콘텐츠가 리블로그(re-blog, 블로그 콘텐츠의 스크랩 개념)된다. 특히 “send us posts you’ve published on your own Tumblr that we should look at re-blogging.(여러분이 발행한 포스트를 오바마 텀블러에서 리블로그 할 수 있게 보내주세요.” 오바마 텀블러의 취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구다. 오바마팀이 발행한 콘텐츠만이 아닌 지지자들의 콘텐츠를 싣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롬니! 텀블러는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야~
공화당 대선주자도 올해 4월부터 텀블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텀블러 운영에 오바마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차이는 첫 게시물부터 느낄 수 있다.
▲ 롬니 텀블러의 첫 게시물은 단순히 영상으로 시작한다
오바마 텀블러는 처음 목표가 분명히 대중과 나눔을 목표로 두고 있다면 롬니 텀블러는 기존 SNS운영과 차이가 없다. 기존 SNS와 차이가 없다면 굳이 텀블러까지 받아 정보 채널을 늘릴 필요는 없다. 따라서 롬니 텀블러에 있는 콘텐츠에 호응도는 저조하다.
▲ 롬니 텀블러 최근 게시물: 리블로그 수 31 명
▲ 오바마 텀블러 최근 게시물: 리블로그 수 1713 명
고마워요! 텀블러: 오바마팀의 텀블러 운영 세 가지 전략
1. 당신의 생각을 보여주세요
텀블러의 대표 기능 중 하나는 ‘스크랩북(Scrapbook)’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을 포스트하거나 마음에 드는 게시물에 자신의 생각을 달아 리블로그(Re-blog)해서 한 번에 볼 수 있다. “we’re looking at this as an opportunity to create something that’s not just ours, but yours, too.(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콘텐츠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바마팀이 텀블러의 ‘스크랩북’특성을 잘 파악했다는 것은 인사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지지를 표명하는 멋진 그림이나 사진을 해당 링크로 가기보다 오바마 텀블러로 한 번에 볼 수 있다. 또한 타임라인 형식으로 되어 있어 원하는 페이지를 구독하면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오바마 텀블러를 구독하는 지지자들이 다른 지지자들의 블로그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오바마 페이스북과 텀블러에 게시되는 이미지의 타입이 다르다. 페이스북은 오바마 측에서 가공된 이미지를 주로 싣는다. 그렇다 보니 오바마의 일상이나 연설 등이 주로 실린다.
▲ 오바마 페이스북 게시사진
▲ 오바마 텀블러 게시사진
반면, 텀블러는 지지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리블로그하기 때문에 지지자들이 찍은 사진이나 그린 그림을 게시한다. 일반인이 만들어낸 콘텐츠라서 일상생활의 모습이 많다. 텀블러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많은 지지자들이 오바마 뒤를 따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채널인 것이다.
2. 공감대를 형성해봐요
일반 텀블러와 오바마 텀블러의 차이점은 오바마 지지자들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허브(Hub)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오바마측 지지자가 개인 텀블러에 만든 콘텐츠를 모아 오바마 텀블러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화당 후보자 미트 롬니를 비꼬는 재치 있는 사진을 지지자가 블로그에 올리면 오바마 텀블러에서 리블로그한다.
▲ 롬니를 비꼬는 사진을 지지자가 제작했다
▲ 지지자가 제작한, 롬니를 비꼬는 사진 2
▲ 자신의 텀블러에 직접 오바마 지지 표명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지지자들은 지리적인 위치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지지자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통한 말하기 방식은 텀블러이기에 가능하다. 오바마 텀블러는 오바마 지지자들의 큐레이터(Curator)로 단순 이미지 조정 작업을 넘어 텀블러를 통한 지지자 단결 기능을 수행한다.
3. 오바마도 처음에는 텀블러가 쉽지 않았다
텀블러를 멋지게 운영하고 있는 오바마팀이지만, 처음부터 텀블러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텀블러를 처음 사용한 지난해 10월 대부분 글로 게시되어 있었다.
▲작년 10월 게시 이미지
▲최근 텀블러 이미지
위의 두 이미지를 비교하면, 초기에는 오바마 측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지지자들이 만든 콘텐츠의 양이 훨씬 많다. 또한 최근 게시판에는 글보다는 이미지가 주로 게시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텀블러는 웹과 모바일을 모두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지 중심으로 이루어진 게시한 글이 보기 더 쉽다. 이 점을 파악한 오바마팀은 점점 지지자들의 글과 이미지를 적절히 잘 리블로그하고 있다.
오바마팀은 단순 텀블러 운영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텀블러 운영방식을 보여준다.
오바마팀은 단순 텀블러 운영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텀블러 운영방식을 보여준다.
▲ 독창적인 운영방식의 오바마 텀블러 ▲ 텀블러 기본 제공 댓글형식
먼저 기존 댓글 달기 방식을 벗어나 오바마팀만의 댓글 형식을 보여준다. 먼저 색깔을 달리해 오바마의 글과 지지자 글을 구분한다. 또한 진하게 선을 그어 표시함으로써 읽기 쉽도록 도와준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요즘 SNS형태에 맞도록 오바마팀에서 재편한 것이다. 사소한 레이아웃 구성을 바꿈으로써 구독자의 가독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 오바마 페이스북의 독립기념일 이미지
▲ 오바마 텀블러의 독립기념일 이미지 모션
(텀블러에 들어가면 9개의 gif 파일이 합쳐져 불꽃이 퍼지는 효과로 보여진다)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도 페이스북과 텀블러에 게시 이미지가 다르다. 텀블러가 사진과 동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는 특성에서 착안한 운영방식이다.
텀블러를 지지자들의 소통 창구로
오바마팀은 텀블러를 통해 직접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단순히 만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지자들의 글과 사진을 공유하며 자신의 지지기반을 굳혀나가고 있다. 잘 작성된 지지자들의 글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오바마 텀블러가 한다.
개인 텀블러는 마이크로 블로그로 사용자들에게 자신만의 ‘스크랩북’을 제공했지만, 오바마팀은 텀블러를 지지자와 돌려보는 ‘교환 스크랩북’으로 발전시켰다. 처음부터 잘하지 않지만, 점차 자신의 SNS영역을 확보해나가는 힘이 오바마 텀블러에 있었다.
글 • 윤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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