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미국 대선의 주요 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는 동영상 광고다. 전통적인 선거운동 방식 중 하나가 TV 광고였으나,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미디어 소비가 TV에서 개인 플랫폼인 스마트폰 등으로 변화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광고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유투브는 공식 홈페이지만큼이나 중요한 채널로 자리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3월 15일, 16분 57초 길이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걸어온 길(The Road We've Traveled)"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선거에 돌입했다. 이 다큐는 오스카상 수상자인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에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선거공약을 홍보하는 30분짜리 다큐멘터리 광고 영상을 발표했고, 2012년 대선 출정식도 새로운 슬로건 "Forward"에 대한 "GO" 동영상 메시지로 뒷받침했다.("달리는 말의 기수를 바꾸지 말라")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전 주지사는 유투브에 공식 채널을 개설하고 선거 공약, 이슈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문 영상팀에 의해 만들어진 동영상은 유투브, 공식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배포된다.
5월 들어 양쪽의 동영상 전쟁이 시작됐다. 대선의 주요 이슈인 '경제'에 대해 서로의 책임을 묻는 공격의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네거티브 공격 '대신 말하게 하라'
공격의 물꼬를 튼 것은 오바마 측이다. 오바마 캠프의 트루스팀(Truth Team)은 롬니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롬니이코노믹스 사이트(http://www.romneyeconomics.com) 를 오픈하고, 6분짜리 동영상 "Romney Economics: Bankruptcy and Bailouts at GST Steel"을 배포했다. 5월 14일 배포된 이 동영상에서는 롬니 후보가 창업자이자 CEO였던 사모(私募)투자회사인 베인 캐피털(Bain Capital)이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오히려 일자리를 잡아먹은 ‘뱀파이어(흡혈귀)’였다고 비유했다.
동영상은 베인 캐피털이 1993년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 소재 GST 철강사를 사들인 후 2001년 파산에 이르는 과정을 회사 직원들이 설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동영상은 30년간 GST 철강사에 근무했던 노동자 Joe Soptic의 증언으로 시작한다. 계속해서 근무했던 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딸을 대학에 보내고 가족을 먹여살리게 했던 GST가 그들을 해고한 뒤로 노동자들이 파산하고, 마을 커뮤니티도 무너졌다고, 폐허만 남았다고 말한다. 31년간 근속했던 Jack Cobb은 "그들은 마치 뱀파이어 같았고, 우리에게 몰려와서 피를 빨았다"라고 과격하게 표현한다. 이 광고의 특징은 근로자 협상 대표, 근로자 등의 발언을 통해 가족의 부양, 의료보험의 혜택도 못 받는 상황 등을 자세하고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거실을 배경으로 차분히 발언하도록 하는 것을 통해 다른 국민의 공감도 이끌어낸다.
동영상 공격 '동영상으로 즉각 반격하다'
롬니 측은 바로 다음날인 5월 15일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다. "A Few of the 23 Million"라는 동영상을 통해 오바마 경제 하에서 2천3백만명의 실업자가 고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오바마측의 동영상이 정통 다큐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발언을 다뤘다면, 롬니 측의 동영상은 급하게 만든 만큼 정통 다큐보다는 '인간극장' 방식으로 아이오와주에 살고 있는 3인의 실업자의 발언을 다룬다.
2년간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실업연금도 최근 바닥난 데보라 래그랜드, 실업연금을 받기 어려운 고충을 말한 토니 냅, 경제 위기로 이혼하고 일자리와 집까지 잃은 제이슨 클로센을 비춰주는 화면은 어둡고, 클로즈업이 많다. 힘겨운 목소리와 클로즈업 화면에서 보이는 고통스러운 표정 등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동시에 베인 캐피털의 구조조정으로 성공한 "스틸 다이내믹스(Steel Dynamics)" 회사를 소개하며 오히려 일자리를 창출했고(1400명에서 6천명으로), 이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라고 역공하는 동영상 "American Dream"을 배포했다.
1분 정도 되는 짧은 동영상에서도 역시 스틸 다이내믹스의 근로자들의 발언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A Few of the 23 Million"과는 달리 밝은 배경과 환하게 웃는 노동자들의 발언이 대조적이다.
'인간극장'식 연출로 감정 자극 극대화
오바마 측은 일주일 뒤인 5월 21일, 롬니 이코노믹스 2편인 "Romney Economics: Job Loss and Bankruptcy at Ampad"를 통해 성공적인 제지회사였던 Ampad가 베인 캐피털에 인수되면서 파산하기까지의 경위를 노동자들의 입을 빌어 이야기했다. 1편과는 달리 조금 더 감정적인 노동자들의 발언과 울먹이는 표정 등으로 보는 이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한다.
롬니 측도 5월 23일, 롬니 이코노믹스에 대응하는 오바마 이코노믹스 "Stories from the Obama Economy"를 배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5월 21일 발언(이것이 캠페인이 제대로 가고 있는 방향이다)을 인용하면서
"No. Mr. President. It's about this(아닙니다. 이것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라며 실업자와 파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1 분할 화면을 통해 남녀노소, 다양한 인종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화면 왼편에는 흑백 스틸 사진이 나옴으로써, 무기력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동영상은 유권자들의 SNS에 급속도로 퍼지며 이슈파이팅의 단계를 높이고 있다. 양측 모두 △ 네거티브 공격의 경우, 후보가 직접 설전에 나서기보다는 이슈의 당사자가 대신 말하게 하고 △ 동영상 공격에는 동영상으로 즉각 대응하며 △ 인간극장식의 연출로 감정을 자극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전법을 구사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올 미국 대선이 '경제 이슈'에서 판가름난다고 전망하는 상황에서 두 후보의 경제 관련 동영상 전쟁은 캠페인 내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송혜원<피크15 커뮤니케이션 부설 연구소 소셜캠페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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