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셜네트워킹 사이트 중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어 방문자수 3위. 방문자당 월별 체류 시간(89분)도 이미 트위터(21분)를 4배 이상 앞질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신호 기사에서 기업 가치를 77억 달러(약 8조7천억원)로 추정했다. 트위터 추정 가치 80억 달러를 바짝 뒤쫓는 액수다.
'이미지 SNS'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핀터레스트(Pinterest) 얘기다.
오바마 캠페인팀도 지난 3월 28일 핀터레스트를 시작했다. 2008년 대선 당시 페이스북, 플리커, 유튜브, 트위터를 운영했던 오바마팀은 이번 대선에서 구글플러스, 인스타그램, 스포티파이, 텀블러에 이어 핀터레스트까지 오픈했다.
▲ 핀터레스트 개설을 알리는 버락 오바마 트위터 계정. 캠페인팀이 운영하며,
오바마 자신이 직접 트윗을 올릴 때는 - bo를 덧붙인다.
올해 초 핀터레스트 계정을 등록한 캠페인팀은 트위터로 '공식 계정' 오픈을 알렸다. 이미지 49개를 올리며 시작한 오바마 핀터레스트 페이지는 불과 하룻만에 팔로워 6천여 명을 모으며 화제가 됐다.
오바마 핀터레스트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사이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오픈 당시(3.28) 메인화면과 최근(4.20) 메인화면을 비교해보자.
▲ 3월 28일 오픈 당시 핀터레스트 메인화면. 요리 레시피, 애견 이야기처럼 말랑말랑한 보드를 정치 관련 보드보다
앞세워 화제가 됐다. 오바마 가족의 칠리 요리 사진,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키우는 애견 보(Bo)를 쓰다듬는
사진 등이 보인다.
▲ 4월 20일 현재 오바마 핀터레스트 첫 화면. 정치 관련 메뉴가 앞으로 나왔고, 애견과 요리 레시피 관련 보드가
맨 뒤로 갔다. 오픈 당시 보이지 않던 보드(Truth Team)가 추가됐다.
그동안 변화 내용을 요약해보면, 보드(Board), 즉 카테고리가 당초 8개에서 1개를 늘고, 정치 관련 보드를 앞당겨졌다. 4월 20일 현재 팔로워는 13,211명, 팔로잉 3명(조직)이다. 게시물(Pin)은 모두 110개를 올렸는데, 거의 모든소스는 홈페이지, 블로그, 유튜브, 텀블러 등에서 대부분 가져왔다. 핀터레스트 자체 업로드는 10개 내외에 불과한데, 이는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전시하는 핀터레스트 자체의 특징이기도 하다.
※ 핀터레스트 팔로워 13,211명의 의미
오바마와 함께 핀터레스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9,000여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단순 수치로 비교해봐도 주커버그에 견주어 오바마의 페이지가 13,211명의 팔로워를 가졌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점은 '핀터레스트와 트위터의 팔로워 계산법이 다르다'는 것.
메인페이지의 팔로워는 오바마의 계정 자체를 팔로잉하는 사람들의 수이다.
각 보드에는 별도의 팔로워가 존재한다.
1위 : The First Family - 27913 followers
2위 : Obama-inspired recipes - 27692 followers
3위 : Just the facts - 27685 followers
4위 : ObamArt - 27435 followers
5위 : Obama 2012 in action - 27434 followers
6위 : Pet Lovers for Obama - 27409 followers
7위 : Obama 2012 Store - 27207 followers
8위 : Faces of change - 27181 followers
9위 : Truth Team 2012 - 14264 followers
오바마라는 사람의 계정 자체를 팔로잉하면 모든 보드에 새로운 핀이 올라올 때마다 볼 수 있다.
만약 이렇게 모든것을 보는 것이 귀찮거나 싫은 사람을 위해 각 보드만 따로 팔로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카테고리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사에 따라 나눠 볼 수 있다.
또한 여러개의 보드를 동시에 팔로잉 할 수 있기 때문에 각각의 팔로워는 수치가 중복될 수 있다.
(모두 중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13,211명의 팔로워라는 수치를 제대로 분석하면
오바마의 핀터레스트를 구독하는 사람은 27,913명~207,013명 사이에 존재한다.
(모두 중복된다고 가정하면 1위 보드를 구독하는 팔로워가 최소 수가 되고,
모두 중복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모든 보드를 구독하는 팔로워를 더하면 최대 수가 된다)
무엇보다 핀터레스트의 경우 공개/친구공개/비공개의 구분이 없다.
즉, 모든 게시물은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다
(핀터레스트에 가입하지 않아도, 팔로우를 하지 않아도 모두 볼 수 있다)
결국 13,211이라는 수치는 중요한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핀터레스트 분석 시스템으로 최근 선보인 Pinerly로 분석한다면 정확한 수치가 나올 수 있지만
운영자가 아닌 이상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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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핀터레스트 계정은 펜실베니아, 아이오와, 플로리다 지역의 지원조직 3개 계정을 팔로잉하고 있다.
각 보드별 특징
① Obama 2012 in action : 오바마와 지지자들의 캠페인 사진과 비디오를 싣는 코너
▲ Obama 2012 in action에서 가장 많은 라이크(313 likes)와 리핀(30 3repins)을 받은 게시물.
페이스북에서 2011년 10월 13일 'Re-Elect President Barack Obama in 2012'라는 계정을 통해 공개된 이후 7700여 명의 라이크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이미지다.
페이스북에서 2011년 10월 13일 'Re-Elect President Barack Obama in 2012'라는 계정을 통해 공개된 이후 7700여 명의 라이크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이미지다.
② Just the facts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오바마의 정책의 정당성이나 성과, 오해에 대한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잘 가공한 인포그래픽 이미지 및 성과 관련 영상만 업로드한다. 버핏세, 교육, 의료보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설명 등 주제별로 최적화된 콘텐츠를 1~2개씩 배치했다.
③ Faces of change : 오바마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직접 만들거나 찍은 사진과 동영상, 오바마 팀이 만든 홍보영상을 보여주는 페이지. 유튜브에서도 같은 메뉴명으로 관련 동영상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최근 Faces of change는 의료 개혁 이슈로 오바마팀이 주력하는 '오바마케어(obamacare)'에 집중하고 있다.
④ The First Family : 부인 미셸 오바마와 아이들과 함께하는 오바마, 아이 학교에서 책을 읽어주고, 운동 경기를 함께 즐기는 아빠 오바마, 이웃과 만나는 아저씨 오바마 등 가족애와 인간미를 풍기는 오바마 사진들을 모았다.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인간 오바마'의 모습이 공개되어서인지 오바마 핀터레스트 보드 중 가장 많은 라이크(likes)를 받고 있다.
⑤ Obama 2012 Store : 2012년 오바마 캠페인 관련 상품과 이벤트 소개 페이지. 버락오바마닷컴의 후원물품 구매 페이지(store.barackobama.com)의 상품 중 일부와 이벤트를 소개한다.
⑥ Truth Team 2012 : 4월 13일에 선보인 보드로, 버락오바마닷컴이 지난 2월 공개한 마이크로사이트 트루스팀(Truth Team) 콘텐츠 중 이미지와 영상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메뉴(KeepingGOPHonest, AttackWatch) 및 공약을 지키는 오바마를 감싸는 메뉴(KeepingHisWord) 등 주요 콘텐츠를 링크해 트루스팀 홍보 효과를 겨냥한다.
⑦ ObamArt : 오바마 핀터레스트 페이지 중 핀터레스트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페이지로 평가받고 있다. 오바마를 소재로 지지자들과 캠프에서 만든 이색적인 이미지를 모아 한군데서 보여준다. 손바닥에 헤나로 그린 캠페인 로고, 커피 거품으로 그린 로고, 오바마 스펠링을 그린 네일아트 등 독특한 이미지를 통틀어 '오마마트ObamArt'로 이름 붙였다.
▲ 캠페인 로고 이미지를 담은 그림과 커피 거품, 벽면 그림이 실린 오바마트(ObamArt).
⑧ Pet Lovers for Obama : 오바마는 백악관에서 키우는 강아지 보(Bo)를 '친구'라고 부를 만큼 각별히 사랑한다. 기존 블로그 및 플리커, 페이스북에도 많이 올렸던 보 사진을 핀터레스트에도 공개한다. 지지자들이 애견에게 스카프나 목줄, 뱃지 같은 오바마 캠페인 관련 용품을 귀엽게 코디한 사진도 올라와 있다.
⑨ Obama-inspired recipes : 오바마를 소재로 한 요리 사진을 올리는 공간이다. 쿠키, 파이, 케익 등 오바마로고를 소재로 지지자들이 만든 음식 사진, 2008년 4월, 미국 abc 아침 방송 프로그램인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와 존 메케인 가족의 레서피를 각각 소개하면서 유명해진 'Obama family chili recipe'를 이곳에도 공개했다.
오바마 핀터레스트 페이지는 핀터레스트의 특징을 잘 살린 채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즉, 가족, 여성, 그림, 영상 중심의 이미지 위주로 구성해, 핀터레스트의 주요 이용층(24~44세 대학 졸업 여성)에 잘 맞는다. 최근 온라인MBA가 공개한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핀터레스트의 성별 선호도는 여성이 82%, 남성이 18%로, 구글플러스(남성 71% : 여성 29%)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빗대어 '핀터레스트에서 온 여자, 구글플러스에서 온 남자'라고 소개할 정도다.
▲ 핀터레스트 이용자 중 절대 다수(82%)는 여성이다. 출처: 온라인MBA
현재 오바마팀은 유력한 상대 후보 미트 롬니에 비해 오바마에게 상대적으로 여성 지지자들이 많고, 의료개혁과 가족계획법 등 여성들에게 민감한 정책현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핀터레스트에 상당히 공을 들일 전망이다. 롬니는 계정만 개설한 후 활동하지 않고 있으며, 부인 앤 롬니가 핀터레스트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 미트 롬니(Mitt Romney)의 부인 앤 롬니(Ann Romney)의 핀터레스트 계정. 크래프트, 가족, 요리, 책 등으로 구성한 보드가 여성 잡지 섹션을 연상시킨다. 보수파에 어필하기 위해 '애국'을 강조한 보드가 눈에 띈다. 미셸 오바마의 경우 4월 중순 현재, 공식 핀터레스트 계정은 갖고 있지 않다.
여성 유권자 타깃, 유통 채널로 포지셔닝
오바마 핀터레스트는 핀터레스트의 특성에 잘 맞게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섹션을 선정하고, 정제된 이미지를 선별해 올리고 있다. 가족, 애완동물, 요리, 오바마트(ObamArt) 등 마치 여성 잡지 섹션처럼 보드를 구성하고, 수집한 사진과 영상 가운데 핀터레스트 전체 이미지에 어울릴만한 이미지를 골라 배열한다
이들 콘텐츠는 이미 기존 오바마 채널인 플리커와 텀블러, 홈페이지에 이미 소개된 경우가 많다. 이용자들이 핀터레스트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핀터레스트에 올라온 콘텐츠에는 업로드 출처가 밝혀져 있어, 이들 원 소스 페이지로 링크를 유도할 수 있어 '유통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오바마 핀터레스트 페이지는 정치 캠페인 역사상 새로운 실험이다. 오바마팀은 지난 1월 핀터레스트와 비슷한 이미지 SNS 채널인 인스타그램을 오픈했지만, 넉 달 사이 겨우 43개 사진만 올렸을 정도로 '개점휴업' 상태다. 핀터레스트의 경우 오픈 이후 인스타그램 채널보다 공을 들이며, 여성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새로운 SNS 채널을 오픈하는데 신중하긴 하지만, 실험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실패하면 버릴 수 있다'는 게 오바마 캠페인팀의 SNS 전략이다.
글 채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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