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은 '유권자 속마음 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선거이기도 했다. 전통미디어의 여론조사, 소셜미디어 분석, 심지어 70억원을 들인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지 못했다. 조사 결과의 '오차범위'는 그대로 오차로 남았다.
그동안 한국 유권자들에게 멍석을 제대로 깔아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창구가 있었을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플랫폼이 아쉬운 우리에게 오바마 재선 캠프의 'Share your story(당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라)'가 눈길을 끈다.
마음을 듣는 창구 'Share your story'
오바마 재선 캠페인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Share your story는 유권자의 살아있는 스토리를 듣는 창구다.
이 코너는 유권자들에게 이름, 우편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묻는 것은 물론, 왜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어하는지, 오바마가 그동안 어떤 이득을 줬는지, 다시 한 번 변화를 위해 오바마를 지지하고 싶은지 등 단답형 질문을 붙인다. 아울러 유권자 자신의 스토리를 6만자까지 길게 적으라는 주관식 문항도 있다.
때로는 의료보험이나 교육개혁 문제 등 쟁점 사안에 대한 'Share your story' 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한다. 스토리와 함께 사진과 비디오도 올릴 수 있다.
▲ 버락오바마닷컴의 'Share your story' 페이지. 이메일 링크로도 연결해 유권자들의 스토리를 묻는다.
Share your story 코너에 보낸 답변은 버락오바마닷컴 블로그에 최근 신설한 고정 코너 ‘2012 Stories’에소개되기도 하며, 텍스트를 분석해 개인별 성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선거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사용한다.
유권자의 꿈 잡기? 드림 캐처
오바마 캠페인팀은 시카고 사무실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돼 있을만큼 정보 공개를 꺼린다. 드림 캐처 프로젝트 역시 외부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이름에서 실체를 유추해볼 수 있을까?
▲ 버락오바마닷컴은 민감한 쟁점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한다. 교육개혁에 대한 의견을 묻는 페이지.
▲ 인디언들이 침실에 걸어놓는 드림 캐처(출처: 위키피디아)
드림 캐처(Dream Catcher)는 둥근 그물망과 깃털로 만든 오브제다. 인디언들이 침실에 걸어놓고 ‘밤 사이 좋은 꿈은 남고, 나쁜 꿈은 아침 햇살에 사라지게 하라’는 의미로 전래됐다고 한다.
시카고팀을 찾아간 관록 있는 정치 블로거 샤샤 이센버그(Shasha Issenberg)가 캐물어 알아낸 드림 캐처 프로젝트 중 'Share your stroy'는 유권자의 데이터베이스의 사업의 하나다 . 전체 프로젝트 중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의미있는 추적이다.
이센버그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레이드 가니(Rayid Ghani). 흥미롭게도 그는 오바마 캠프에서 ‘수석 과학자(chief scientist)’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캠프에 합류하기 전 액센츄어 테크놀로지 랩에서 기업 대상의 고객 데이터 마이닝 전문가로 일했다.
캠페인팀 '수석 과학자'의 실험
Share your story는 그가 유권자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직접 수집하기 위해 개발한 메뉴다. 엑센츄어 재직 시절 수많은 고객 정보를 수집해 과학적 패턴을 찾아 미래 고객 행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활용했던 노하우를 오바마 캠프에서 적용한 것이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와 비교해 이 프로젝트에서 진일보한 기술은 무엇일까? 그 당시에도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대선을 통해 무려 1천3백만명의 이메일 주소가 축적됐다. 그러나 많은 데이터가 곧 좋은 데이터는 아니다.
당시 축적한 단편적 개인정보와 ‘예’ ‘아니오’식의 단답형 응답 결과로는 개인별 선호도와 이유를 파악할 길이 없었다. 무엇보다 개인별로 타깃 메시지를 보내기엔 정보가 부족했다.
'그 사람의 말'에서 해답을 찾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2012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자신의 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Share your story'처럼 자신의 스토리를 적거나, 콜센터와 통화 중 들려주는 대화 내용,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면서 적은 내용 등에 미뤄 개인의 관심사,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드림 캐처 프로젝트는 이를 위해 유권자 데이터베이스의 개인정보 블록을 다시 디자인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유권자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대로 이 블록에 채워 넣도록 독려하고, 무엇보다 ’개인 스토리‘ 칸을 넓혀 스토리 하나당6만자까지 적을 수 있도록 큰 칸을 마련했다.
경청의 결과를 스토리로 재생산하다
이 숱한 스토리들을 어떻게 분석하는 걸까? 오바마팀에서 진행하는 ‘텍스트 분석’이란 개인 스토리를 수집해 키워드와 맥락(콘텍스트)별로 나눠 통계적 패턴을 찾는 것이다. 그 결과 어떤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무엇을 전달할 지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은 ‘훌륭한 경청자가 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다 듣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유형별로 나누는 텍스트 분석이 ‘경청의 결과’를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오바마는 2008년 정권인수준비위 당시 ‘미국의 순간: 당신의 스토리’를 주제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민주당전국위원회는 ‘경제 위기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Share your story'는 재선 캠페인팀의 또 다른 스토리 경청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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