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롬니의 대권을 향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까지 약 90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듯 지금은 어느 때보다 두 후보에게 중요한 시기다. 현재 오바마는 지지자들로부터 거둬 들이는 후원금 액수가 가장 큰 문제다. 최근 몇 달 동안 롬니에게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롬니는 풍족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는 세금 납부에 관한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오바마와 롬니는 각자의 공식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미국 대선을 100일 가량 앞둔 시점에서 개편한 것이다. 이는 선거전이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결과를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앞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한 변화다.
두 후보의 홈페이지 개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 가지 원칙을 통해 그들의 속사정과 새롭게 유권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살펴보자.
개편의 원칙 #1 상대방을 검증하라
검증을 위한 메뉴 간편화
오바마 공식 홈페이지는 상단의 8개 주요 메뉴를 ‘사실을 알자(Get the FACTS)’, ‘최신정보를 알자(Get the LATEST)’, ‘참여하자(Get INVOLVED)’라는 3개 메뉴로 간단하게 통합했다.
▲ 오바마 홈페이지 메인화면 개편 전 (2012년 3월)
▲ 오바마 홈페이지 메인화면 개편 후 (2012년 8월)
‘사실을 알자(Get the FACTS)’ 메뉴에 '트루스 팀(Truth Team)'과 '롬니 이코노믹스(Romney Economics)'가 들어 온 것이 눈에 들어온다. 개편 전 홈페이지의 '트루스 팀(Truth Team)'과 '롬니 이코노믹스(Romney Economics)'는 위 메뉴와는 다른 별도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개편을 통해 롬니를 효과적으로 공격해 온 '트루스 팀(Truth Team)'과 '롬니 이코노믹스(Romney Economics)'를 홈페이지 메뉴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특히 '트루스 팀(Truth Team)' 메뉴의 경우, 세부 카테고리에서 업로드한 콘텐츠의 제목이 그대로 노출되게 만들었다. 기존의 홈페이지 메뉴에서는 '트루스 팀(Truth Team)' 이라는 메뉴를 클릭해서 페이지가 '트루스 팀(Truth Team)'의 별도 페이지로 전환되고 난 후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새 페이지에서는 클릭을 여러 번 하지 않더라도 바로 제목을 보고 이야기의 주제와 논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유권자가 직접 계산하고 비교하다: 오바마의 세금계산기
지난 3일 오바마 홈페이지에 세금계산기가 등장했다. 오바마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결혼유무, 연봉 등을 입력하면 오바마 정부에서 얻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을 구체적인 금액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 오바마의 세금계산기
또한, 이 계산기는 오바마 정부와 롬니 체제 하에서 세금이 얼마나 줄고 느는지 상세하게 비교해준다. 두 정부의 세금 정책을 유권자의 피부로 와 닿게 비교해주는 흥미로운 검증 아이템인 것이다.
▲ 오바마 세금 혜택과 롬니의 세금 혜택
이번에는 롬니의 홈페이지를 살펴보자.
롬니의 홈페이지 메뉴는 크게 변화하진 않았다. 다만 롬니의 홈페이지 역시 검증을 위한 메뉴와 아이템을 강화했다. 롬니는 '진실을 배우자(Learn the Truth)'라는 메뉴를 홈페이지 중심에 눈에 띌 수 있도록 옮겼다. 이 메뉴를 통해 오바마의 실정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 롬니 홈페이지 메인화면 개편 전 (2012년 6월)
▲ 롬니 홈페이지 메인화면 개편 후 (2012년 8월)
롬니, 세금 미납 의혹에 이미지로 답하다
▲ 롬니의 세금 납부 기록
현안으로 떠오른 있는 세금 납부 문제에도 롬니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롬니 측은 롬니의 세금 납부 서류를 이미지 파일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하여 올려놓았다.
▲ 롬니의 세금 납부 증명서류 이미지
각 연도별 자료를 모아서 보여주고 있으며, 자세히 보고자 클릭하면 실제 이미지를 확인한 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오바마와 롬니 양측 모두 유권자들이 집적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장치를 도입했다. 이로써 유권자는 귀로 듣는 것 이상으로 후보를 판단할 수 있고, 후보들은 자신의 주장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개편의 원칙 #2 선거자금을 모아라
기부(Donate) 버튼, 유권자를 따라 다니다
오바마의 공식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면 좌측 상단 기부(Donate) 버튼의 강조다. 이는 기존 홈페이지의 최신정보(Get the Latest) 버튼에서 기부(Donate) 버튼으로 바뀐 것이다. 오바마 캠프에게 현재 선거자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메뉴는 홈페이지에서 마우스를 스크롤할 경우 모니터 상단에 계속 따라다니게 만들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람이 어느 화면을 보더라도 기부(Donate) 버튼이 시선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 따라오는 오바마 기부 버튼
오바마와 NBA 스타의 농구 시합에 함께 해요!
더불어, 오바마 홈페이지에는 선거자금을 지원 해달라는 메뉴가 곳곳에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버락과의 저녁식사’, ‘부통령과의 티타임’과 더불어 '오바마 클래식'이라는 이벤트가 등장했고, 8월 10일 현재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 오바마 클래식 2012
오바마 클래식은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오바마와 NBA 레전드들과의 농구시합을 추진하고 있다.
▲ 오바마 클래식 2012 결제창
그리고 오바마, 마이클 조던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면 선거자금을 내라고 설명한다.
롬니의 부통령이 궁금하세요? 그럼 돈을 내세요!
롬니는 아직 공화당의 부통령이자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지목하지 않았다. 아직 공석으로 남겨진 부통령 자리를 사람들은 매우 궁금해하고 있다. 롬니 측은 사람들의 이런 궁금증을 선거 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 롬니의 부통령 지명 이벤트 '미국의 컴백 팀(America's comback team)'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유권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금액을 기부하면 추첨을 통해 롬니와 향후 부통령 지명자와 함께 사석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롬니의 부통령 지명 이벤트 결제창
두 후보 모두 단순히 사람들에게 기부를 해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유권자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조그만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들의 반응을 끌어낸다.
개편의 원칙 #3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라
오바마의 대시보드(DashBoard)
오바마의 홈페이지 메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크게 ‘사실을 알자(Get the FACTS)’, ‘최신정보를 알자(Get the LATEST)’, ‘참여하자(Get INVOLVED)’로 나눠진다.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참여하자(Get INVOLVED)’가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 오바마의 대시보드(DashBoard)와의 연계
‘참여하자(Get INVOLVED)’ 메뉴를 살펴보면 '대시보드(Dashboard)'가 전면에 등장하다. '대시보드(Dashboard)'는 하나의 오바마 캠프의 플랫폼으로, 유권자가 살고 있는 동네의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지역의 선거운동을 위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즉, 유권자가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메뉴다.
롬니의 커뮤니티(Communities)
▲ 롬니 커뮤니티 페이지와 리더십팀 소개
롬니의 새로운 홈페이지는 커뮤니티(Communities)라는 메뉴를 추가했다. 종교, 민족, 국가유공자, 여성 등의 세부 카테고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각 카테고리에는 해당 리더십팀(Leadership Team)을 조직한 것을 홍보하며 캠페인 팀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각 카테고리별 팀 가입 메뉴는 해당 카테고리 팀 가입이 아닌, 그보다 상위개념인 롬니의 캠페인 팀에 일괄적으로 가입되도록 하고 있다.
참여를 유도하는 모빌라이제이션(Mobilization) 부분에서는 오바마의 홈페이지 개편이 더 앞서는 듯하다. 오바마 캠프는 '대시보드(Dashboard)'라는 별도의 플랫폼을 준비하여 유권자가 많은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자발적으로 움직임을 조직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롬니는 언급했듯이 커뮤니티 메뉴의 가입이 세분화 되지 않았고, 유권자가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
미국 대선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바마와 롬니 간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각자의 주장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 중 하나는 홈페이지다. 최근 개편한 각각의 홈페이지는 오바마와 롬니 측의 현안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오바마는 선거자금 모금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롬니는 네거티브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메뉴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두 후보의 홈페이지 개편은 거의 같은 시점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그 개편의 효과는 같을 수 없다. 이번 개편을 통해 상대적으로 득을 보는 후보는 누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글˙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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