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베네수엘라 여행에서 무엇이 제일 기억에 남았느냐'라고 묻는다면 딱 한 가지가 떠오른다. 은근히 기대하고 갔던 베네수엘라 여행, 하지만 미스 유니버스에 등장하던 미녀는 TV 속 이야기일 뿐이었고, 그 흔한 맛집도 없는데다 물가도 비싸고, 사람들 역시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나까지 우울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친 여행자를 위로해주는 한가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베네수엘라 메리다의 ‘신의 햄버거’! 이제까지 먹은 그 어떤 요리보다 풍성함을 자랑하는 이 길거리 햄버거들은 12,000볼리바르(5~6달러)부터 시작하며 저녁 시간인 7시에 맞춰 나온다. 이런 때 보통 함께 판매하곤 하는 핫도그 같은 다른 메뉴도 없이 단지 햄버거 하나만 팔지만, 매우 크고 맛있어 베네수엘라 서민들의 부담 없는 먹을거리로써 톡톡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기특한 녀석이다.
내가 감히 베네수엘라 메리다의 햄버거를 ‘신’이라 평한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나 파라과이의 햄버거도 그 고기의 질과 크기가 ‘환상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메리다에서 파는 길거리 7시 햄버거들은 그 크기와 양, 질에서 정말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주고 싶을 정도로 특별하다.
특히 메리다의 유명 관광 포인트인 케이블카 (세계에서 가장 높은 4800m까지 올라간다) 앞 게스트하우스 촌에서 저녁 7시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길거리 햄버거는 정말 최고다.
부드럽고 적당히 씹히는 보들보들하고 커다란 빵 안에 환상적인 육즙의 두꺼운 햄버거 고기가 들어 있고, 온갖 야채와 여러 가지 소스들을 아끼지 않고 뿌려 넣는 것도 놀라운데 감자튀김 한 주먹을 얹더니 햄과 계란까지 듬뿍 얹어 햄버거 만드는 것을 구경하는 내내 입이 떡 벌어지게 한다.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너무 커다란 나머지 반으로 잘라 먹기 좋게 대접해놓는데, 반쪽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르지만 이 맛있는 것을 남길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끝까지 다 먹게 된다. 베네수엘라 여행에서 햄버거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알뜰한 배낭여행자로서 아침 점심을 잘 챙겨 먹었다 해도 사실 뭔가 부실하기에 십상인데, 베네수엘라의 햄버거는 이렇듯 정말 영혼까지 그 영양소를 전달하는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맛있다.
베네수엘라 여행이 갑갑하고 힘들었던 것이 분명 있었지만, 저녁에 돌아와 이 햄버거 하나를 사 먹는 것으로 종일 쌓인 피로는 싹 다 날아간다. 여기에 맥주를 함께 곁들인다면 여느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이 길거리 햄버거들은 항상 7시 이후에나 등장하기 때문에 배가 고파도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햄버거의 신을 영접하는데 그깟 기다림쯤이야!
베네수엘라 메리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전 세계 여행자들로 북적
케이블카 앞 게스트하우스 촌에 있는 이 햄버거 노점상은 매일 밤 7시 어김없이 등장하여 여행자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햄버거 패티는 말할 것 없고 햄과 베이컨, 야채와 감자튀김, 계란과 메츄리알, 온갖 소스가 듬뿍 들어간다
'신의 햄버거'를 만드는 중간과정. 햄버거 만드는 아저씨의 신의 손놀림!
한 입 베어물기 힘들 정도로 두꺼워 보통 저렇게 반으로 나눠 대접하며, 저 반쪽만 먹어도 아주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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