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7일 일요일

6/24 [인터뷰]오종렬 “진보당 우경화에 질겁하고 격분했다”


[인터뷰]오종렬 “진보당 우경화에 질겁하고 격분했다”


민중의소리 고희철 기자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은 민족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의장을 역임하는 등 이른바 자주민주통일운동의 지도자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상징적 존재다. 이 때문에 그를 부르는 호칭은 여전히 ‘의장님’이다. 

이런 위치 때문인지 그는 최근까지 통합진보당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 외에는 개인적인 발언에는 신중을 기했다. 그런 오종렬 전 의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패권’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최근 ‘쇄신’과 ‘새로나기’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당내 움직임에 ‘우경화’라며 신랄하게 질타했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오 전의장은 “혁신비대위가 출범할 때부터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했다. 혁신비대위 활동을 잘해서 진보당이 잘 돼야 한다고 주변에도 일렀다”고 입을 뗐다.

점차 이상한 조짐을 느꼈다는 오 전 의장은 “북핵, 후계구도, 인권 등에서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지켜왔던 상생과 통일구조를 역행하는 듯 한 조짐을 봤다”며 “종북몰이에 이용되거나 아니면 종북몰이를 이용해서 오히려 이익을 보는 상황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우려했다”고 전했다.

특히 오 전 의장은 “설마하니 주한미군 문제와 재벌 문제까지 우경화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했다”며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보고서를 보고) 6월 18일 질겁했고 격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의장은 30일까지 실시되는 통합진보당 당직 선거와 관련,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신당권파 후보가 단연 우세하리라고 본다”며 “강병기 후보는 이 편도 저 편도 아닌 오로지 ‘진정한 진보의 가치’ 한 줌을 대지에 뿌리고 죽자고 나섰는데 일이 묘하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선거 이후 통합진보당의 진로에 대해 오 전 의장은 “신당권파의 우경화와 구당권파의 패권을 다함께 혁파하는 길 만이 살 길인데 그게 어렵다”며 비관과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끝으로 오 전 의장은 분신한 박영재 당원의 사망 소식에 “그 누구 아닌 나부터, 산 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23일 낮 지방에 주례를 서러 가는 길에 짬을 내 서울역에서 진행됐고, 이메일을 통해 내용이 보충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혁신비대위의 최근 행보와 새로나기특별위원회의 보고서를 어떻게 보는가?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나는 혁신비대위가 출범할 때부터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했다. 혁신비대위 활동을 잘 어려움 극복하고 진보당이 잘 돼야 한다고 확실하게 주변 사람에게도 일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조짐이 보였다. 대북관에서 대단히 불길한 조짐이 보였다. 세 가지 요소 즉 북핵, 후계구도, 인권에 관해 우리가 일관되게 지켜왔던 상생과 통일구조에서 일탈을 넘어 역행하는 듯 한 조짐을 봤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종북몰이에 이용되거나 아니면 종북몰이를 이용해서 오히려 이익을 보거나 하는, 이렇게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우려했다.

그러나 설마 주한미군 문제와 재벌문제까지 우경화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안했다.
이 세상에 정상적인 나라에 외국군이 영구주둔하고 외국군의 주도하에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 말이 되나. 비록 국민들 안에 주한미군에게 의존하는 의식이나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 해도 이런 식민지 경영정책을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나.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그리고 당장의 미군 철수는 준비도 안 돼 있고 호응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 평화장치를 마련해서 단계적으로, 그리고 종국에는 완전 철수를 하자는 것은 진보운동만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일이라고 본다. 

재벌을 당장 해체할 능력도 없다. 어떤 경제시스템을 가질지 준비도 없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민중의 살 길이라면 장기적으로 재벌의 독점독식구조를 벗어나고 해체해야 한다. 이건 초등학생 의식만 돼도 아는 것 아니냐. 언사야 어떻게 썼던 이걸 멈추자는 의도 비슷한 주장을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렇게 나갈 줄은 6월 18일 까지는 전혀 몰랐다. (보고서를 보고) 질겁했고 격분했다.

-오랫동안 민족민주운동, 진보운동의 단결을 위해 애써왔다.

=단결에 있어 무조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정서는 맞다. 그러나 함께 가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기준은 수천 년 내려온 사대주의, 식민지 근성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가 나라답게, 민족이 민족답게 자기운명의 주인이 되는 자주권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또 부시도, 수하르토도, 박정희도 너나없이 ‘민주주의’를 말했다. 생산하는 사람들,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평등권이 보장되는 민주주의여야지 허울만 민주주의는 안 된다.
민생복지 말하는데 조국분단 상황에서 남들이 분단시켜서 민족이 전쟁일보 전까지 가서 눈 부라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복지와 민생이 되는가. 

순 거짓말이고 사기다. 진짜 민생복지하려면 자주평화통일해야 한다. 자주평화통일이 끝나고 민생복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 평화통일이 절대적인 요건이 분명하니까 그 방향으로 역량을 쏟으면서 현실적으로 눈앞에 닥친 민생문제-헐벗고 굶주리고 해고되는 문제, 노동조건 문제, 식량문제 등등의 문제로부터 시작해 완벽한 민생문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안 되고는 안 되겠구나 하는 의식을 국민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진보세력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명감 없이 진보세력하는 것은 끼리끼리 모여 자리하나 해먹자는 것 밖에 더 되냐. 

이런 기준에 동의하는 사람과 단결해야 한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접근해야 한다. 선 긋고 내쳐서는 안 된다.
동의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자주민주통일에 동의하면서도 내 수준에 이르지 않다고 해서 내치거나 소외시킨다거나 일할 수 있는 지위역할을 독점하는 것은 패권이다. 정치사상적 순혈주의나 선민주의는 스스로 자긍심이 될 수는 있으나 남에게 들이미는 순간부터 패악질이 된다.
세력이 강하고 입장이 우세할 때 스스로 패권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진보신당계도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다수일 때 엄청난 패권을 부렸다. 이렇게 말하는 나 스스로도 패권 없다고 할 수 없다. 대중에게 패권으로 규정되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이런 요소를 단호하게 척결해야 한다. 외부의 작용 아닌 스스로의 검증과 비판에 의해서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통합진보당 당직선거가 곧 있다. 어떻게 보는가?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신당권파 후보가 단연 우세하리라고 본다. 구당권파가 후보를 내지 않는 현재로서는 혁신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신당권파가 종북몰이의 최대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강병기 후보는 ‘진보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진보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여 패권을 종식하고 갈등과 분열 대신 화해와 통합으로 새 출발하자고 출마했다. 그러나 구당권파가 출마를 포기 하는 바람에 졸지에 ‘종북’의 대명사로 규정된 구당권파로 몰리게 되었다. 내가 아는 바 강병기 후보는 이 편도 저 편도 아닌 오로지 ‘진정한 진보의 가치’ 한 줌을 대지에 뿌리고 죽자하며 나섰는데 일이 묘하게 되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키고 얻어야 할 것이 가치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선거를 통해 당이 어떻게 변모하고 강화돼야 한다고 보나?

=유감스럽지만 비관적이다. ‘화해와 통합’은 물론이고 ‘무늬만 진보정당‘이지 진보의 가치는 소멸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신당권파의 우경화와 구당권파의 패권을 다함께 혁파하는 길 만이 살 길인데 그게 어렵다. 신당권파는 혁신이라는 포장지 안에 담아 두었던 대북 봉쇄압살-적대정책과 주한미군-영구주둔정책을 재확인하고 독점자본주의의 뿌리이자 꽃인 재벌을 해체하자는 정책을 철회할 뜻을 공식화 했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당권 승리가 확실시되는 6월 18일에 위와 같은 우경화 정책을 세상에 밝혔다. 이건 선거공약의 성격이 뚜렷하다. 당권을 장악한 다음엔 당당히 수구 우경화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또 구당권파는 아직도 패권의 해악을 사과하지도 않고 새로운 결의를 밝히지도 않는다. 진보의 약진을 파괴하려는 수구 기득권 세력의 기획작품이라고만 주장한다. 제국주의와 사대주의 기득권세력이 진보진영을 파괴하려고 음모와 기획을 동원하는 것은 상수였으며 지금도 상수이고 앞으로도 상수일 것이다. 그런대도 이 상수 탓만 하고 있으면 진보의 미래에는 희망이 없다. 

-박영재 당원이 운명해 24일에 장례가 치러진다. 많은 당원들이 슬퍼하고 또 안타까워 하는데 위로와 격려의 말씀 부탁드린다.

=소식 듣고 말문이 막혔다. 사람의 목숨이 또 이렇게 끝나다니... 이럴 땐 자꾸 자괴감에 빠지는데 그건 옳지 않다. 그 누구 아닌 나부터, 산 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바친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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