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혁명의 수도 카라카스 방문기 (1) - 임승수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소아암 센터를 방문했는데,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부가 집권한 후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라는 이름의 무상의료 정책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무려 MRI 촬영이 무료였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무상이어서, 어떤 병실에는 타국인 볼리비아 출신의 어린 아이가 소아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얘기를 듣고 베네수엘라는 세계 4위의 산유국이니까 돈이 많아서 무상의료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목에 핏대를 올릴지 모르겠다. 베네수엘라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 정도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2만 달러 수준인 것에 비하면 딱 절반 수준. GDP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절반밖에 못사는 국가가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감동이다.
_<국가의 거짓말> 머리말 중에서
위 머리말을 쓰게 된 동기가 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방문기(2008년 8월자)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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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인천공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캐나다 밴쿠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종 목적지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밴쿠버에서 토론토 행 비행기를 갈아타고, 토론토에서 카라카스 행 비행기를 또 갈아타는 긴 여정이었다.
나는 민주노동당의 베네수엘라 혁명 답사단 및 정당 교류 실무협상팀의 일원으로 카라카스에 가게 되었다.
그동안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의 혁명과정을 연구하고 책을 출판한 성과가 민주노동당의 정당교류로 이어져서 매우 흐뭇한 기분이었다.
함께 베네수엘라로 출발한 사람들은 이승헌 민주노동당 대외협력실장, 김영욱 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 조수연 민주노동당 국제부장, 스페인어 통역이다.
그 외에도 임은경 민중의 소리 기자, 황세영 진보정치 기자, 송정순 당원이 후발대로 따로 출발했다.
토론토에서 하루를 묵고 카라카스 행 비행기를 올라탔다. 드디어 마지막 비행기다.
약간의 사고가 생겼다. 후발대와 함께 토론토 공항에서 합류하기로 했는데 후발대가 오지 않은 것이다.
후발대는 다행히 며칠 후 카라카스에서 월요일에 합류했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갈아탈때 시간이 지체되서 비행기에 못탔다고 한다.
카라카스의 공항에 거의 다 왔을 때 비행기의 창 너머로 주변의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
▲ 비행기의 창밖으로 보이는 베네수엘라의 풍경
카라카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7시 30분 경이었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꽤 밝았고 하늘이 무척 파랗다는 인상을 받았다.
카라카스 공항은 인천공항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허름했다.
주변의 사람들이 죄다 스페인어를 말하는 것을 보니 베네수엘라에 오긴 온 모양이다.
베네수엘라의 외교부에서 우리를 맞이할 직원이 나와있을 것이라는 답신을 받았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다.
중남미를 방문한 사람들에게서 중남미 특유의 만만디 성향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한 아리따운 여성이 우리쪽의 통역에게 한국에서 왔냐고 말을 건냈다.
순간 매우 안심이 되었다. 외교부 직원인 여성의 이름은 다니엘라 세고비아. 나중에 잘 안되는 영어로 물어봤는데 나이는 23살.
▲ 베네수엘라의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우리를 가이드해준 다니엘라 세고비아. 외교부의 아시아 담당 직원.
다니엘라 세고비아를 따라 공항을 나서서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우리가 묵을 호텔로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하는 동안 창밖을 통해 산에 있는 수많은 빈민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라도 심하게 오면 금방 무너질 것 같은 절벽에 위험하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저 곳에 사는 대부분의 빈민들이 차베스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도로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서 시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 산 위에 보이는 조그만 상자같은 것들이 빈민가의 집들이다. 밤에 산을 보면 집에 불이 켜저 있는 것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같다.
시내의 호텔들에 자리가 나지 않아서 숙소를 구하는데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다니엘라가 초초해하면서 우리에게 매우 미안해했다. 우리는 다니엘라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렵사리 구한 호텔은 멜리야 호텔.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라고 한다. 전화위복이란 것을 이런 경우일까?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잠시 쉬다가 외교부 건물을 방문해서 아시아 담당 국장을 만났다.
아시아 담당 국장인 또레스 씨는 우리에게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향후 있을 일정 등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도착한 날의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되고 우리는 간단하게 이후의 상황에 대해 공유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한국과 13시간 차이가 나는 베네수엘라는 그야말로 낮과 밤이 정반대인 곳이다.
시차적응에 매우 애를 먹었다. 잠이 들어도 오래지 않아 깨는 일이 많았다.
억지로 잠을 청한 후 다음날인 현지시간 27일(토) 아침에 호텔 앞에서 우리는 차량을 타고 베네수엘라 혁명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FABRICIO OJEDA' 라고 불리는 Nucleo de Desarrollo Endogeno (자생적 발전의 핵) 이다.
자생적 발전이라는 개념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에서 자기완결성을 가지는 경제및 생활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국가차원에서 자생적 발전이라고 하면, 석유산업 의존도가 강한 베네수엘라의 경제구조를 다각화 하는 것이다.
지역차원의 자생적 발전은 지역에 Nucleo(핵)을 건설하는데, 여기에는 의료시설, 협동조합, 교육시설 등이 한꺼번에 갖춰져서 자기완결성을 가지는 공동체가 건설되는 것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바로 이 자생적 발전의 핵의 시범지구이다.
▲ 21세기 사회주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간판. 자생적 발전의 핵(Nucleo de Desarrollo Endogeno) 지역 입구에 있다.
이 지역에서 우리는 의료시설을 방문했다. 무상의료 시스템으로 유명한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의 2단계에 해당하는 병원이었다.
1단계는 Consultorio(진료소)라고 불리는 작은 보건소이고, 2단계는 왠만큼의 규모를 가진 2차의료기관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지역의 2차의료기관은 'Fabricio Ojeda' Clinica Popular 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이 병원의 소장이 나와서 우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 병원에는 17명의 의사가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내과, 가정의학, 방서선, 치과 등 왠만한 진료는 이 곳에서 해결되며 당연히 치료비는 무료이다. 하루에 500명 정도가 이용한다고 하는데 24시간 쉬지않고 진료한다고 한다.
이 의료기관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에게 예방의학을 가르쳐서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조금 짖�은 질문을 했다. "민간의료기관보다 보수가 적을텐데 의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소장은, 자신은 이 일에 만족하며 혁명사업에 함께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공공의료기관이 무상으로 치료를 해주는데다가 서비스의 질도 좋아져서 민간의료기관들을 대체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도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 2차의료기관의 소장. 전염병 분야의 전공의라고 한다. 우리에게 병원 내부를 다니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 치과의 모습. 병원내부는 검소해보이면서도 깨끗했다.
▲ 감기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모습.
▲ 기념촬영. 왼쪽부터 김영욱(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 통역, 다니엘라(외교부 직원), 보건복지부 직원, 병원 소장, 이승헌(민주노동당 대외협력실장), 임승수(필자)
이 병원의 바로 옆에는 154명의 조합원들이 일하는 협동조합이 있었다. 의복을 만드는 곳이었다.
자생적 발전의 핵 답게 직장, 병원 등의 기관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이 곳의 모든 조합원들은 같은 임금을 받고, 조합장과 각 조의 조장을 조합원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하는 분은 조합의 자금을 담당하는 분이었는데,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전에는 자본주의적 회사에서 착취당하면서 살았거나 혹은 실업자로 지내던 사람들이라고 일러준다.
이 협동조합은 미션 부엘반 까라스(Mision Vuelvan Caras)의 일환으로 2004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며, 국영석유회사인 PDVSA의 도움으로 회사를 건설했고, 정부가 초기운영자금으로 20억 볼리바르를 대출해줬다고 한다.
무이자로 대출해주었으며 원금도 아직 상환유예받고 있다고 한다.
군복이나 공공부분에 필요한 옷들을 만든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INCE라고 하는 기관에서 전원이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절반이 일을하고 나머지 절반은 일을 하는 식으로 교육이 진행된다고 한다.
이 기관은 협동조합들에게 볼리바리안 혁명 사상과 협동조합에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4시 30분까지 한다고 하며, 일과 후에는 무상교육 프로그램인 미션 리바스(Mision Ribas)에 참가해서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한다고 한다.
▲ 협동조합 공장으로 들어가는 문의 모습
'Fabricio Ojeda' 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장소로 이동을 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소아암센터였다. 이 곳은 Dr. Gilberto Rodriguez Ochoa 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병원인다.
이 사람은 훌륭한 의사로서 차베스 정권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
무상의료 시스템인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의 실질적 설계자라고 알려져 있다.
병원측에서 나온 홍보담당자들이 병원내부를 보여주면서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이 소아암센터는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 3단계에서 속하며, 전국의 8개 암 진단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 3단계면 우리의 종합병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2006년 8월 20일에 개장했으며, 쿠바 소아암센터를 모델로 한 것이다.
쿠바의사와 간호사들이 와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홍보담당자는 말했다.
MRI 등 최신식 의료장비가 가득한 이 병원 역시 이용할 때 무료라고 한다. MRI를 바로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쾌적한 병원 환경.
▲ 친절하게 포즈를 잡아 준 베네수엘라 의사의 모습
병원에 있는 의료장비들은 여러 나라들과 협정을 맺어서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들여온 한 장비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교환했다고 한다.
이 병원은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의학 전공하는 학생들이 이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었다.
의학도들은 물론 무상으로 교육을 받고 있으며, 장학금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소아암센터라는 특성에 맞게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도 인상적이었다.
2007년 1월 27일 현재 36명이 입원해 있으며, 이틀 뒤인 29일 월요일에 16명이 더 입원한다고 홍보담당자는 설명했다.
현재 병원의 가동율은 50% 정도이며 이것은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이 병원에서 공부를 하는 의�도들이 있기 때문에 2년 뒤에는 가동율이 100%로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142명이 입원 가능하고 중환자 병상 33개, 4개의 수술실이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완전 무상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볼리비아에서 온 아이도 입원해 있다고 한다.
병원의 바로 옆에는 지방 혹은 외국에서 온 환자들의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숙소를 짓고 있었다.
2개월 후에 완공된다고 하는데, 이 숙소 또한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21세기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다.
이러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국영석유회사인 PDVSA의 석유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에서 나온다.
이전에는 미제국주의와 국내소수 기득권만을 위해 봉사하던 PDVSA가 혁명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중을 위한 회사로 바뀐 것이다.
▲ 병원 옆에 짓고 있는 숙소의 모습. 지방이나 외국에서 온 환자의 가족들이 무료로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소아암 센터를 방문한 후에 우리는 차를 타고 라 베가 (La Vega)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곳은 범죄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치안에 문제가 있어서 많이 조심을 했다.
빈민가 지역이라서 그런지 차베스를 지지하는 포스터나 낙서들이 더욱 눈에 띠었다.
생활필수품들을 시장가의 40% 가격으로 판매하는 메르깔 상점에 들렀다.
주말이라서 물건이 많이 비어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사가는 모양이다.
▲ 철조망 너머로 파란집이 생필품을 40% 가격으로 싸게 파는 메르깔 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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