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혁명의 수도 카라카스 방문기 (4) - 임승수
남미 국가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소아암 센터를 방문했는데,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부가 집권한 후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라는 이름의 무상의료 정책이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무려 MRI 촬영이 무료였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무상이어서, 어떤 병실에는 타국인 볼리비아 출신의 어린 아이가 소아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얘기를 듣고 베네수엘라는 세계 4위의 산유국이니까 돈이 많아서 무상의료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목에 핏대를 올릴지 모르겠다. 베네수엘라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 정도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2만 달러 수준인 것에 비하면 딱 절반 수준. GDP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절반밖에 못사는 국가가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감동이다.
_<국가의 거짓말> 머리말 중에서
위 머리말을 쓰게 된 동기를 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방문 이야기 그 네 번째(2008년 8월)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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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0일 오전에 베네수엘라 국회 방문을 마치고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볼리바리안 대학이었다.
볼리바리안 대학의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원래 국영석유회사 PDVSA 본사 건물이었다고 한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보수세력들은 어용노조인 PDVSA의 노조를 앞세워서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차베스를 지지하는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들이 정지된 PDVSA 공장을 다시 가동시키고 문을 닫은 상점들 대신 민중상점들을 열게 되면서 보수세력들의 총파업은 실패를 하게 된다. 차베스는 총파업 후에 PDVSA 본부 건물을 볼리바리안 대학의 건물로 사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 볼리바리안 대학 건물의 모습. 이전에는 국영석유회사 PDVSA 본사 건물이었다고 한다.
▲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시스템을 설명해주고 있는 대학 관계자 야루마 로드리게스 씨.
차베스 정부는 예산 중 상당부분을 무상의료(미션 바리오 아덴트로) , 무상교육(미션 로빈슨, 미션 리바스, 미션 수크레)과 같은 사회 사업을 위해 쓰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민중들의 관심과 참여는 폭발적이었다. 일례로 중등교육을 담당하는 미션 리바스의 경우 2003년 시작해서 지금까지 150만명이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았다고 볼리바리안 대학 관계자 야루마 로드리게스씨는 전한다. 물론 보수세력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일례로 베네수엘라의 의사들은 세계최고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쿠바의사들을 돌팔이라고 매도하면서, “쿠바 의사 죽이고 애국자 되자”라는 입에 담지도 못할 슬로건을 내걸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 그리고 보수적인 서방의 언론들 조차도 사회사업의 성과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칭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6년 12월 <venezuelanaysis>의 기사를 보면, 2007년 베네수엘라 정부 예산 536억달러 중 44%가 무상의료와 교육이 포함된 사회보장비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이 매체가 차베스 정부의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98년 총 인구 중 60~70%가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2005년에는 이들 중 70%가 거주 지역에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8년 7%였던 문맹률도 현재는 모두 퇴치한 것으로 유네스코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venezuelanaysis>
야루마 로드리게스 씨에게 "볼리바리안 대학에서 학생은 어떻게 선발하는가?"라고 물어보았다. 야루마 씨는 "따로 입학시험은 없으며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그리고, 지방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분교를 여러 곳에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학습과 지역의 사회사업을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학생에게는 학기마다 과제가 주어지는데, 과제의 내용은 지역에서의 사회사업활동과 연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시험문제를 풀어서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고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서 서로를 평가하고 총화를 진행한다. 장학금을 줄때도 학생들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가장 어렵고 장학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프로그램 자체가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느낌이 들었다.
▲ 대학 내에서 체스를 두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여유롭고 한가로운 모습이다.
볼리바리안 대학을 떠나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리베르따도르 주에 있는 지역공동체.
이 곳에서 우리는 무상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인 '미션 로빈슨' 수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션 로빈슨'은 문맹퇴치와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실에서 수업중인 78세의 까를로따 뻬레스 씨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는 물음에 이름을 직접 써보였다. 그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글자를 읽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뻬레스가 공부하고 있던 자그만 교실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10명 내외로 모여서 영상자료를 보며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수업 진행을 돕는 야릭사 모따 씨는 “600여명이 글을 익히고 초등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따와 같이 수업을 진행하는 이들은 대개 이 지역 자원봉사자들이다.
▲ 지역 공동체 활동가인 야릭사 모따. 그녀가 우리에게 미션 로빈슨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비디오 테잎은 쿠바에서 제작한 문맹퇴치 교육용 자료이다.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프로그램에도 쿠바는 헤아릴수 없는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 미션 로빈슨 수업모습. 영상 자료를 보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따로 교사를 두지는 않고 수업을 도와주는 진행자가 있다고 한다. 독특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78세의 까를로따 뻬레스 씨가 우리에게 자신의 이름을 써보이고 있다.
▲ 미션 로빈슨에서 사용하는 교재.
▲ 건물 내부에 있는 지역공동체 방송국의 모습. 한참 바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제대로 말을 걸지 못했다.
▲ 지역 주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실. 주로 아이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어디서나 아이들은 컴퓨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마침 이 날은 컴퓨터의 시스템을 정비하는 날이라서 사람이 없었다. 컴퓨터 화면에 동일하게 떠 있는 창들이 바로 시스템 정비중임을 알리는 내용.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
지역공동체 건물을 나서서 우리는 근처에 있는 시쁘리아노 까스뜨로 성을 방문했다. 이 곳은 현재 군기지로 사용하고 있는데, '미션 미란다'라는 사회사업의 지역본부 역할도 하고 있었다. '미션 미란다'는 군대와 민간인이 함께 힘을 합쳐 사회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 시쁘리아노 까스뜨로 성은 오래전에 왕궁으로 사용되기고 했고, 이후에 육군사관학교, 군사 박물관 등의 용도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1992년 차베스가 좌익 쿠데타를 시도했을 때 기지로 사용했던 곳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차베스가 민중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항쟁을 시도했던 곳이라고 하니 느낌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이 곳에서도 무상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인 '미션 리바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 성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가운데에서 빨간 티를 입고 있는 것이 필자. 가운데 군인은 이 곳을 지키는 예비군이다.
▲ 성 내부의 공간을 학교로 이용하고 있었다. 무상교육에서 중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미션 리바스' 수업을 받기 위해 모여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성 내부의 모습. 이 곳이 차베스가 쿠데타 실패를 인정하는 방송 인터뷰를 한 곳이라고 한다.
방문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 행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베네수엘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희망에 차고 혁명의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 속에서 나는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으로 아쉽지만 베네수엘라 방문기를 마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reltih@nate.com 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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