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5일 일요일

[2012 오바마 캠페인] ⑫ 누가 줄리아의 일생을 책임지나? (인포그래픽 논쟁)





"대학을 졸업한 스물 다섯 살 줄리아(Julia)는 학자금 대출 상환부담이 훨씬 줄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각자의 수입에 기반한 상환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후보 롬니가 이긴다면? 줄리아의 학자금 대출 이율이 두 배나 된다. 줄리아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 740만명이 이런 처지가 된다."


▲ 3세부터 67세까지... 줄리아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출처 : 버락오바마닷컴>Groups>Women


대통령이 바뀌면, 내 삶이 달라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미국의 보통 여성 줄리아가 어떤 대통령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가정한 생애주기별 인포그래픽(infographic)이 화제가 되고 있다.

'줄리아의 인생'은 허구의 캐릭터를 설정하여 후보의 정책이 실제로 내 삶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쉽게 설명하는 인포그래픽이다. 즉, 3세 때부터 67세까지 중요한 12가지 시기를 뽑아 생애주기별로 보여준다. 지난 5월 3일 버락오바마닷컴의 여성(women) 타깃 사이트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워싱턴포스트> 블로거 레이첼 위너(Rachel Weiner)는 "줄리아의 인생 인포그래픽은 대선 캠페인 사상 새로운 프런티어"라고 호평했다. 또한 미디어와 블로거들이 ▲허구의 캐릭터와 여자아이의 인형놀이를 연상하는 그래픽 ▲ 생애주기별 전개 방식 ▲ 정책이 실제 삶에 끼치는 영향을 대비하여 설명하는 방식 등에서 독특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오바마에게 받는 혜택 vs 롬니에게 받는 피해?

대통령이 바뀐다고, 정책이 달라진다고 내 삶이 달라질 수 있을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줄리아에게 이 인포그래픽은 이분법적인 정답을 제시한다. 즉, 줄리아가 오바마를 선택하면 어떤 혜택을 받는지, 반대로 롬니를 선택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를 극명하게 비교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3살부터 67세까지 줄리아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12장의 인포그래픽을 펼쳐보면서 오바마측의 주장을 들어보자.




▲ 3세 : 어린 줄리아는 취학 전 준비 프로그램 'HeadStart'에 등록했다. 롬니는 이 예산을 20% 삭감하자고 주장하는데, 이렇게 되면 20만명이 이 혜택을 못 받게 된다.



▲ 17세 : 줄리아는  대학입학시험(SAT)을 준비한다. 오바마의 공교육 투자 프로그램 덕분에 대학과 직업선택 폭이 넓어졌다. 롬니라면 백만장자들에게 세금감면해주느라 공교육 예산을 줄일 것이다.



▲ 18세 : 대학생이 된 줄리아는 장학금과 세금감면을 받는다. 롬니라면 부자감세 때문에 대학장학금 펀딩이 줄어 1천만명의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 22세 : 대학재학 중 줄리아는 의료보험으로 수술을 받는다. 오바마의 의료개혁 덕택에 부모의 의료보험 혜택을 26세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롬니는 의료개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23세 : 웹디자이너가 된 줄리아는 오바마가 2009년 도입한 남녀 임금차별 철폐법 덕분에 경제적 자립이 쉬워졌다. 롬니는 이 법안의 찬반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 25세 : 오바마 대통령이 각자의 수입에 기반한 상환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대학 학자금 대출 상환도 줄리아가 감당할 만하다. 만약 롬니가 이긴다면 대출 이율이 두 배나 된다. 줄리아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 740만명이 이런 처지가 된다.



▲ 27세 : 지난 4년간 풀타임 웹디자이너로 일한 줄리아는 오바마케어(의료개혁) 덕분에 건강 걱정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있다. 롬니 후보는 줄리아의 의료보험 가입여부를 사업자가 결정할 수 있는 법안과  여성이 의료보험료를 남성보다 50% 더 부담할 수 있는 의료보험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 31세 : 임신한 줄리아는 의료개혁법 덕분에 산부인과 무료 검진 등 혜택을 받는다. 롬니는 의료개혁법 개정을 주장한다.



▲ 37세 : 줄리아는 아들을 시설이 좋은 동네 유치원에 안심하고 맡긴다.  '정상을 위한 레이스(Race to the Top)'와 같은 오바마의 교육 투자 프로그램 덕분이다. 롬니 체제에서는 50개 주에 대한 교육 예산이 크게 삭감될 수 있다.



▲ 42세 : 줄리아는 소자본 창업 대출을 받아 웹비즈니스 사업을 직접 시작한다. 소자본 창업자 대상 세금 절감혜택도 받는다. 롬니 체제라면 소자본 창업 자금 지원이 20%까지 깎일 수 있다.



▲ 65세 : 줄리아는 건강관리와 의약처방을 위해 65세 노인대상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가입한다. 롬니 후보가 집권하면 줄리아의 메디케어는 중단될 수 있고, 연간 6,350달러의 의료 바우처를 구입해야 한다.



▲ 67세 : 은퇴한 줄리아는 사회보장연금을 불입한 덕분에 매달 연금을 받는다. 덕분에 걱정 없이 커뮤니티 가든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할 수 있다. 롬니 체제 아래서는 연금 혜택이 40% 줄어들 수 있다. 


의료보험법, 대학학자금 지원, 남녀 임금차별, 교육투자, 소자본창업 지원, 노후대책에 이르기까지 3세에서 67세까지 줄리아의 인생은 영향을 받는다.

오바마팀의 논리를 요약하면 오바마를 택해야 줄리아의 삶이 편안해진다는 얘기다.

이 인포그래픽이 공개되자마자 공화당 캠프와 공화당 지지자들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이라고 격분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텀블러에 #줄리아와 오바마 경제라는 반박 글을 올렸다. 줄리아 앞에 해시태그(#)를 달고 아래와 같은 글들이 오바마 반대파들의 텀블러와 트위터를 도배했다.




#줄리아는 나라에 의존하는 빚쟁이다.
#대학생 줄리아는 천정부지의 대학등록금을 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줄리아는 오바마 경제체제 아래서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
#줄리아는 출퇴근용 자동차 기름값을 4년 전에 비해 2배나 더 내야한다.
#오바마 때문에 사회보장이나 노인 메디케어도 미래엔 보장받을 수 없다.
...

보수 잡지 <휴먼 이벤츠 Human Events>는 "줄리아가 도대체 누구길래 내 세금으로 그의 전 생애를 책임져야 되냐?"는 기사를 올려 오바마팀을 공격했다. 심지어 '줄리아'라는 이름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여주인공과 같다며, 믿을 수 없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빌려온 것이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롬니 후보 자신도 <팍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줄리아는 취약한 카툰식 허구일 뿐이라며, 오바마 정부 아래 실제 여성의 삶은 핍박받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허핑톤포스트>는 라틴계 여성의 실제 생활을 나이별로 대입하여 힘들게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기사를 낼 만큼 논쟁이 일고 있다. 올해 정치 부문 웨비상(웹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팩트체크>에서는 실제 오바마 정책과 다른 점을 사실에 근거하여 조목조목 비판했다.   

줄리아의 이중생활 '패러디 사이트 출현'

'줄리아의 인생'을 비꼰 하이라이트는 인포그래픽이 공개되자마자 웹디자이너 조시 필즈(Josh Fields)가 재빨리 같은 이름의 도메인(http://www.thelifeofjulia.com/)을 구입하고, 패러디 사이트를 구축한 경우다. 오바마 정부에서 줄리아의 인생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패러디로 묘사한 이 사이트는 기존 사이트와 함께 '줄리아의 이중생활'로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킨 정치 캠페인 역사는 20여 년전인 빌 클린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강보험회사들이 <해리와 루이스>라는 가상 커플을 등장시켜 클린턴 정부 주도하의 의료개혁법을 비판하는 시리즈 광고물을 내보낸 적이 있다.)


▲ 줄리아의 인생은 어디로? 트위터에서는 줄리아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정책에 의존하는 캐릭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을 왜곡했다는 둥, 지나치게 오바마를 편드는 것이라는 둥 여러 비판 속에서도 '줄리아의 인생' 인포그래픽은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가디언> 애나 마리 기자는 "현명한 전술이다.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정책 논쟁에 말려들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오바마 지지자들은 트위터에 '워싱턴 정가의 정책 논쟁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설명한 사례'라고 추켜세웠다.


여성 표심 어디로?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에 견주어 여성 표심을 잡는데 유리하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와 공동 여론조사 에서 오바마는 롬니에 비해 여성관련 이슈면에서 53대 34의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5월 들어 상황은 역전됐다. CBS-NYT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와 롬니 중 누구에게 투표할까'라는 질문에 여성 유권자들이 오바마보다 롬니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4월에 비해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오바마 캠프쪽에서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긴 했지만, 그동안 여성 표심면에서 자신만만했던 오바마팀에게 충격적인 조사 결과였다.


                  ▲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ABC 공동여론조사 결과 여성 이슈에서 오바마는 롬니 후보를 크게 앞섰다(위).

                ▲ 5월 CBS-NYT 공동여론조사 결과는 여성 유권자들이 롬니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물론 여성 표심을 잡는데, '줄리아의 일생'처럼 잘 그린 인포그래픽이 능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오바마팀이 선보인 '줄리아의 인생' 인포그래픽은 복잡한 정책을 타깃 고객에 쉽게 설명해주는 메시지 전략면에서 의의가 있다. 상대후보를 공격하되, 부드러운 형식을 도입해 공격에 따른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향후 캠페인 과정에서 '줄리아의 인생'을 이을 새로운 인포그래픽이 나오게 될 지 주목된다.

선거캠페인에 인포그래픽이 효과적인 이유  출처 : <뉴디미어 캠페인>

1. 어려운 정책을 쉽게 설명, 유권자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긴다.
2.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블로그나 사이트에 옮겨 담기 좋다.
3. 콘텐츠 자체를 잘못 옮기거나 일부만 인용할 염려 없이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4. 광고, 이메일, 프리젠테이션, 동영상 등에 재사용할 수 있어 활용범위가 넓다.

▲ 인포그래픽의 장점 중 하나는 확산 기능이다. 버락오바마닷컴은 효과적인 확산을 위해 각 인포그래픽 페이지에 페이스북, 트위터 뿐 아니라, 우편엽서, 이메일 전송, 임베드 기능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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