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일 토요일

스페인 온라인 민주주의

아래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되었던 “99%가 하는 진짜 민주주의”라는 기사를 요약하여 본 것이다. 굳이 요약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사 원문도 잘 읽히니 직접 기사를 검색해서 읽어보실 것도 권한다. 

스페인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실시한 고용정책은 오히려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했고 일자리의 질을 낮췄다고 한다. 이에 저항하기 위하여 2011년 5월15일 있었던 지방정부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스페인 젊은이들이 ‘진짜 민주주의를 돌려달라’(Real Democracy Now)라는 구호를 들고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이날부터 확산된 운동을 사람들은 5월(May) 15일을 뜻하는 ‘15M 운동’이라 불렀다. 15M 운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강제퇴거를 막는 활동, 공교육에 대한 지출 삭감을 반대하는 운동,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운동 등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이런 운동에 정치권은 철저히 무관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2015년 5월 예정되어 있던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여러 풀뿌리 모임과 온라인 기반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가 느슨하게 결합한 ‘아호라 마드리드’가 만들어졌다. 

‘아호라 마드리드’를 이끈 3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좌우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우리는 좌파에서, 우파에서 온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아래(bottom)에서 왔다. 맨 위에 있는 사람에게 대항하는 맨 아래의 사람들이 뭉쳤다.

2. 우리가 하는 게 진짜 정치다. 정치인, 의회가 그동안 해온 방식은 진짜 정치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모여 세상에 대해서 토론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듣는 게 정치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정치를 하겠다.

3.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쓴다. 언어가 참여하는 데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전문가들이 쓰는 어려운 단어는 최대한 배제한다.

아호라 마드리드’는 이 3대 원칙에 따라 아래에 있는 99%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온라인 투표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투표 플랫폼에서 1만5천 명이 참여해 시장 후보는 물론 시의원 후보자의 비례대표 번호도 결정했다. 선거 공약 역시 여기서 논의해 결정했다.

‘아호라 마드리드’ 플랫폼에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예를 들어 공약을 결정할 때 단순히 투표 시스템만 적용하지 않았다. ‘좋은 의견을 고르는 일’과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는 일’을 결합하기 위해, 제안된 의견을 ‘합의 정도’ ‘논쟁 정도’ 등으로 나눠 순위를 매겼다. 그에 의거해 1~200번 공약을 순서대로 매긴 뒤 오프라인 ‘워킹그룹’을 만들어 해당 주제에 대한 세부 정책을 만들었다. 그 뒤 최종적으로 투표 시스템을 가동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해 ‘더 나은 민주주의’를 구현한 것이다.

그리고 ‘아호라 마드리드’가 내놓은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 시의회 선거에서도 ‘아호라 마드리드’가 31.85%를 얻어 의석 57석 가운데 20석을 차지했다.

이제 마드리드시는 16살 이상의 스페인 마드리드 시민은 올해 9월부터 마드리드 시의원이나 시장에게 직접 질의하고,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법안이나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했다. 이를 위해 마드리드 정부는 시민참여 웹사이트 ‘마드리드 디사이드 (decide.madrid.es)를 열었기 때문이다.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치고 나면 누구나 정책 및 입법 제안(proposals) 페이지에서 정책과 입법을 제안할 수 있다. 마드리드 유권자의 2%에 해당하는 5만3726명의 동의를 얻은 제안은 국민투표에 부쳐지고,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실제 정책이나 입법으로 이어진다. 내년 1월에는 ‘시민참여예산’ 페이지도 열린다. 마드리드시 예산 1억유로에 대한 예산안 사용처를 시민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할 셈이다. 마드리드시 전체 예산 규모는 45억유로다. 

우리도 이런 정치를 해봤으면 한다. 당장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단초들이 내년에 만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