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5일 금요일

[민중의 소리 인터뷰] "당 쇄신 없이는 지지층 다시 모아낼 수 없다"



[인터뷰]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선 경선후보

정성일·최지현 기자
입력 2012-10-04 18:35:37l수정 2012-10-05 18:13:27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선 경선후보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선 경선후보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당내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일 남짓한 기간의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 오는 21일 후보 선출대회를 진행한다. 경선에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와 민병렬 전 대표 직무대행이 맞붙는다.

'당원의 힘으로 세력교체, 민중의 힘으로 정권교체'라는 모토를 내걸고 출마한 민병렬 후보는 "당 쇄신 없이는 그동안 진보를 키워주고 이끌어줬던 진보지지층을 다시 모아낼 수 없다"며 '당 쇄신'을 핵심적인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 후보는 통합진보당의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에 대해 "진보 지지층이 그동안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우리 당에 바라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있더라도 '국가비전을 잘 세워달라'는 것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새롭게 출발하는 대선 공간에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른바 '구당권파'를 향해 "일련의 과정에서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결국은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했지만 대선 공간에서조차도 돌아보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며 "당이 새로운 기운을 보여드리지 못하면 마음을 모아내기보다 반대로 더 멀어지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 후보는 최근 당원들에게 '이정희 전 대표는 자중해야한다'는 선거운동 문자를 보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경선을 치열하고 품격있게 하겠다"며 "선거운동과정에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이번 대선공간에서는 어느 후보가 정말 당 쇄신을 이끌어내면서 새로운 진보를 일궈 나갈 수 있을지 검증받아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중심적인 쟁점이 돼야 하고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민병혈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는데, 일각에서는 그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통합진보당은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게 맞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통합진보당은 왜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야하나?

= 지난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고, 이번 대선에서 진보의 목소리를 높여서 정권교체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하는 목표로 달려왔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고 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목표 달성 자체가 힘들어졌다. 애초에 그렸던 그림과 우리가 놓여있는 상황이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가 된 상태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바람직한 접근이냐는 대목에서, 후보를 내는 것과 내지 않는 것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예 후보를 내지 않고 정권교체에 복무하는 방식은 진보진영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마음이 멀어져있는 조건에서 어떻게 국민들의 마음을 추스릴 것인지를 중심으로 하는 접근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들과 또다시 소통하면서 마음을 결집시켜내는 데 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 길 중에서 강력한 길(후보를 내는 방법)이 현실에 존재하고, 그렇다면 함께 가는 것으로 정리하는 게 맞다고 봤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선 경선후보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선 경선후보
- 야권 지지층에서도 통합진보당의 출마가 야권의 표를 잠식해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들이 제법 있다. 대의보다 '진영논리'를 우선시한다는 비판도 있다.
= 1차적인 목표는 정권교체에 복무하고 기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다시 묶어내서 정권교체의 뜨거운 동력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진보정당의 역사를 보면, 보수 양당체제에서 그 당들이 담지 못하는 국민층이 있다. 민주노동당에 이어 통합진보당을 지지해온 세력이 있는 것이다. 이건 엄연한 객관적 현실이다. 문제는 이분들이 제대로 못한 진보정당에 실망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분들을 어떻게 모아내느냐다. 재결집을 하지 못하면 이들은 오히려 소극적인 층으로 그냥 남아있게 된다. 진영논리라는 측면보다 오히려 반대의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진보 지지층을 어떻게 끌어낼 것이냐가 핵심이다.

- 통합진보당 후보가 된다면, 독자완주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 독자 완주의 기준은 첫 번째가 정권교체이고, 두 번째 야권연대인데, 이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 WIN-WIN(윈-윈) 할 수 있는 야권연대여야 한다. 두 가지 목표와 야권연대에 대한 기준에 기초해서 판단해야 된다.

- 야권연대 문제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은 보수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진보당과의 연대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측면이 있다.

= 핵심적인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 지지층의 마음이 멀어졌다는 데 있다. 여론조사로 절대화할 수 없지만, 4월에 10% 가까웠던 지지층이 지금은 2% 가깝게 됐는데, 이건 사실상 지지층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권연대의 문제도, 대선에서의 역할 문제도 결국 진보당로부터 멀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모아낼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게 전제되지 않고는 대선에서 결국 정권교체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핵심은 당의 변화다. 그동안 우리 지지층이 볼 때 통합진보당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답답했다. 그런 상황이 지난 다섯 달 동안 지속됐다. 지금 상황에서는 당이 변화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지지층이 다시 모이고, 그런 변화의 내용이 있어야 야권연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다.

- 통합진보당이 지지층을 다시 모으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진보 지지층이 그동안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우리 당에 바라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있더라도 '국가비전을 잘 세워달라'는 것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총선 이후 당에서 부실경선과 관련한 문제가 생겼다. 이런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얼마나 자정 능력이 있고, 스스로 해결 능력이 있느냐다. 그러나 결국 해결되지 못하고 당이 쪼개졌다. 우리 지지층은 이 과정에서 보인 지도부의 무능력한 모습, 답답한 모습에서, 적어도 새롭게 출발하는 대선 공간에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도 기층에서 굉장히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다 덮어지고 무시된 채 강행됐다. 통합 이후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통합 초기에 있을 수 있는 객관적 어려움을 넘어서려면 정말 투철하게 통합정신에 기초해야 했다. 그런데 통합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만큼 일방적인 모습이 되면서 상황이 이렇게 됐다. 일련의 과정에서 그동안 당을 이끌어왔던 분들이 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결국은 최악의 상황까지 오게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선 공간에서조차도 당을 이끌어왔던 분들에게서 돌아보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당이 정말 새로운 기운을 보여드리지 못하면 떠났던 마음도 돌아오지 않고 대선 공간에서도 또 실망을 시켜, 마음을 모아내기 보다는 반대로 더 멀어지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선은 상당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 대선은 각 정치세력의 치열한 정치투쟁의 공간이다. 각자 자기의 정치노선과 국가비전을 국민들앞에 내놓고 심판받는다. 그런데 민 후보가 말하는 부분은 이와 달리 당내 문제에 집중되는 것 같다.

=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에 기대하는 것은 쇄신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너 네 집안 꼬라지도 이러면서 무슨 국가 경영을 하느냐' 이런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국민들은 굉장히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폭발하면서 '안철수 현상'도 나타났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통합진보당은 국민 눈에서 보면 제일 답답하고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 집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은 꼬리자르기를 해서라도 당이 변화하는 듯한 제스쳐라도 하는데 반해, 진보당은 지난 몇 달 동안 정반대로 해왔다. 국민들은 진보정치가 추구하는 국가 비전의 상이나 서민과 노동자를 위해 일하겠다는 비전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국민들은 쇄신을 원하고 있다. 이걸 잘 하면 국민들은 다시 박수를 보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대선에서조차 당을 이끌어온 분들은 집안 단속을 잘 하기보다는 국가 비전을 얘기하는데 치중하려고 한다. 이건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저는 국민들이 보기에 정말 진정성 있고 아직 기대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당 쇄신을 대선에서 보여드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대선시기에는 당의 대선후보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당 쇄신은 대선후보보다는 당 대표의 역할이 아닌가. 민 후보가 말하는 바는 당내 노선투쟁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 저는 심각하게 그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쇄신 없이는 그동안 진보를 키워주고 이끌어줬던 진보지지층을 다시 모아낼 수 없다. 대선 공간조차에서도 불통인 진보, 답답한 진보,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진보, 성찰 못하는 진보로 보이는 게 아니라,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당을 이끌어온 분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 당내 노선투쟁이 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게 맞냐는 비판이 나올 것 같다.

=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당을 이끌어 오신 분들이 대선 후보를 준비했고 이정희 후보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일련의 과정은 이미 당 내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만한 분들은 알고 있다. 과거 일반적인 당내 문제로서의 당 쇄신 문제와 지금 문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번 대선 공간에서는 어느 후보가 정말 당 쇄신을 이끌어내면서 새로운 진보를 일궈 나갈 수 있을지 검증 받아야 한다. 이것은 당내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중심적인 쟁점이 돼야 하고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 자기 반성과 관련해, 민 후보를 비롯해 부울경 지역은 조준호 보고서가 발표된 뒤 이 보고서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이른바 신당권파가 주도한 혁신비대위에 참여해 이른바 구당권파를 공격했다.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고 냉철하게 보지 못한 것 아닌가.

= 우선 사실 관계로 보면, 당을 이끌어온 동지들도 혁신비대위에 참여할 의사가 초기에 있었다. 그래서 판단이 흐려서 혁신비대위에 참여했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당을 이끌어온 분들도 함께 참여해서 비대위 체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얼마든지 판단 가능한 문제였다. 이와 함께 진상보고서 문제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진상보고서 때문에 필연코 갈 수밖에 없었다고 결정론적으로 말하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 이 문제를 바로잡을 과정이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온 것은, 주요하게는 진상보고서에서 시작돼 분열을 선동했던 분들이 역사적으로 책임질 게 크다. 그러나 당을 이끈 분들도 이 과정에서 답답하게 소통이 안 되고, 고개 숙일 줄 몰랐다.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 처음에 그랬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정당하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출마를 선언하면서 '진보대통합은 실패했다'고 했다. 왜 그렇다고 보나.

= 우선, 굉장히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동자들이 참여정부와 국민참여당에 대한 문제를 많이 제기했는데, 당을 이끌어온 분들이 그런 기층의 문제의식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채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생각한다. 의결 절차를 거쳤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노동자들의 마음이 멀어지게 하는 과정으로 해왔다. 그러면서 어그러졌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100% 만족되기는 어렵다. 복잡한 상황도 있고 시간적으로도 어렵다. 그러나 단적인 예로, 광주에서 열린 이정희 유시민 북콘서트에 대해 당에서 아주 많은 분들이 우려했다. 진보신당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이걸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물론 완벽하진 못했더라도 통합하고 같이 하자고 했으면 그런 태도로 가야 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총선 과정에서 나머지 세력을 들러리로 세우려고 밀어붙였다.

경선 문제와 관련된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더라도 그걸로 결정되진 않는다. 중간 중간 고비마다 상황을 정상화하거나 수습할 수 있었는데, 내 탓은 없고 남 탓만 있었다. 과연 당을 이끌었던 분들이 볼 때는 총선 이후에 분열되고 당이 쪼개진 상황에 이른데 남 탓만 있냐는 것이다. 내 탓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씀도 안하시는 것 역시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대선 공간에서는 지난 시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국가 비전을 얘기한다. 이렇게 말하는 국가 비전에 어느 국민이 귀를 기울일 수 있겠나. 그래서 정말 당을 이끌어온 분들, 이정희 후보 모두 돌아봐야 한다. 이번 대선 공간에서도 그런 태도의 변화 없이 가면 앞으로 정말 힘들어진다.

- 진보대통합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 그리고 참여당과의 통합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었다고 보는 것인가.

= 당시 당을 이끌어 오신 분들 빼고는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필수고, 국민참여당 통합은 선택이라고 봤다. 그게 일반적 판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당을 이끌어온 분은 반대로 생각한 듯하다. 여러가지로 무리수가 있었다고 본다. 참여당과의 통합은 선택의 문제였다.

- 결과론적인 평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 결과론적인 건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당을 이끌어오신 분들의 이런 결과가,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고 본다. 내재된 문제라고 본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선 경선후보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선 경선후보


- 출마를 선언하며 '평당원 민주주의'를 얘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 대선이 다가왔지만 대선에 대한 충분한 토론도 기회도 없었다. 또 당을 이끌어 오신 분들이 대선을 오래 준비한 상황이다. 당이 당원들의 여론에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고 보지는 않지만, 당원들의 전체 의견 분포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늘 감안해야 한다. 대선에서 우리 당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 이런 걸 여론조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경선과 관련해서도 도저히 상층에서 해법이 안 나온다면 여론조사를 해 볼 수도 있다. 주요한 당의 결정과정에 당원이 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없었다. 중요한 대목 대목에서 당원들의 뜻을 묻고 이를 기초로 해서 지도부가 당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제도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런 마인드가 당내에서는 그동안 너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몇몇 상층 인사들의 정치적 판단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상황으로 가고, 당의 주인인 당원들은 저건 아닌데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 당원들의 의견이 항상 하나로 모일 수는 없다. 그래서 의사결정과정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 지금 우리 당에는 12만 명의 당원들이 있다. 그런데 그동안 몇 번에 당직선거 등에서 보면 1만2천명의 당원들이 당을 이끄는 분들을 전폭 지지했다. 당원 전체에서는 10분의 1이고 당권자로는 3분의 1정도 되는 건데, 늘 그렇게 당의 주요사안이 결정된다. 그러다보니 침묵하고 있거나 세력화되지 못한 당원들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매우 크다. 세력화된 것만 가지고 당원의 뜻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다. 그리고 제도화된 방식만 가지고는 당원 전반의 의견 분포를 짐작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도부가 당원들의 뜻을 전체적으로 두루두루 헤아려서 중요한 결정을 해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 달리 말하면 당내 민주주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 지금까지 당을 이끈 분들에 대해 여러 비판이 많은데, 그 중에서 일방주의 얘기가 많이 됐다. 어떤 정치적 판단이 먼저 있고, 이 판단을 가지고 당내에서 설득해나가는 과정이었다. 일방적 정치패턴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결정된 방향이 있으면 이것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까 고개 숙일 줄 모른다, 불통이다, 그러는 것 아닌가. 물론 지도부가 강물에 떠있는 가랑잎처럼 정치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사에 결정이 먼저 있고 이걸 가지고 당원들을 설득해나가고 당의 공식 의결기구로 가는 과정이 된다면, 나머지 당원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상상할 수 없다. 당을 이끌어 오신 분들은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는 절망감이 얼마나 큰 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직되지 않고 세력화되지 않았지만 진보와 당을 위해 함께 참여하는 분들까지 헤아리는 마인드가 생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절망감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현재 당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 노동중심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렇지 못해 진보대통합이 실패했다고도 했다.

= 첫 번째, 객관적으로 노동운동 내에 노동정치 세력화를 위한 기층의 노력이 굉장히 더뎠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어느 순간인가 노동자들을 진보정치의 중심 역량으로 세우는 데서 허점이 많이 생겼다. 통합 과정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지도부가 정치공학적 판단을 하고, 여기에 노동을 끼워맞추는 식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 그 이전까지도 어려움이 있긴 있었지만 지금처럼 민주노총이 당에 대해서 공식적인 (지지철회) 입장을 정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통합과정이나 분당 이후 태도에서 어차피 우리는 한 식구라는 식의 생각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끊임없이 중심으로 세우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약화되고, 뭔가 지도부의 판단을 가지고 노동을 끼워 맞추려고 하는 마인드가 되면서 많은 틈이 생겼다. 개인과 개인 관계에서도 마음은 늘 금방 읽히기 마련인데, 집단과 집단 관계인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 관계에서도 이것이 읽히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벌어졌을 때 민주노총이 어렵게 당에 여러가지 주문을 했는데, 극단적으로는 이를 마치 상층의 일부 의견인 것처럼 본 흐름도 있었다. 천근만근의 무게로 받아 안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결정에 대해 생각하려는 태도도 없었다. 이게 결정적으로 금이 가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노동은 진보정당의 본령인데, 오히려 노동을 끼워 맞추듯이 대하는 태도가 결정적으로 마음이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 노동계 출신이 통합진보당 비례의원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결국 그렇게 표현돼야 한다. 노동중심성은 당직이든 공직이든 구체적으로 표현돼야 한다. 추상적인 게 아니다. 당에 세력을 갖고 있는 분들은 공직이든 최고 지도부든 뭔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데, 노동자들은 그런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지도부든 공직자든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느낄 때 가질 수 있는 절망감을 생각해야 한다. 노동중심성을 노동에 대한 가치로 보지 않고 자리 문제로 보느냐고 지적한다면, 반대로 왜 자리를 탐 내냐고 생각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공직이나 최고지도부에 대한 절망감을 왜 그렇게 폄하하나.

- 노동계 출신도 실제로는 대부분 정파가 있다. 그런데 단지 노동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이들이 당내 주요직을 맡는다고 해서 노동중심성 문제가 해소된다고 볼 수 있나.

= 당내 여러가지 정치지형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노동진영의 질서와 체계에 의해 되는 게 핵심이다. 비례 경선 과정에서도 산별이든 연맹이든 중심이 됐다. 물론 그분들도 정치적 견해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노동진영, 즉 민주노총 체계와 질서 속에서 공직 후보를 만들고 그분들이 당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장되는 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 진보정당이 성장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갈수록 진보정당이 전체 진보진영에서 지도적인 위치가 돼야 하고, 진보정당과 대중조직의 관계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 당을 전선의 기관차로 보고, 당이 대중조직과의 관계에서 지도적 지위를 갖는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 문제는 지도적 지위라는 것이 어디서부터 나오는냐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계처럼 관리자가 노동자를 부리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결국 대중조직에 대한 복무와 헌신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동중심성과 지도부 문제는 대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중조직 입장에서는 진보정당이 자기 조직을 위해 다 희생하면서 헌신적으로 싸울 때 믿고 따를 수 있고 복무할 마음이 생긴다. 그런 것 없이 부리는 조직처럼 관계가 형성돼서는, 그 속에서는 지도부가 없다고 생각한다.

- 이정희 전 대표와의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나.

= 당연히 제가 이긴다. 우리 당은 개인적인 인지도로 당내 경선이 좌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누가 당원들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는가, 이번 대선 공간에서 정확하게 역할을 할 수 있나, 이것이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지지자들이 당 쇄신을 열망하고 있고, 당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이번 대선 공간에서 출발점이기 때문에, 당 쇄신의 깃발인 민병렬이 당원들의 마음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 인지도의 열세 속에서도 당원들의 마음이 모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정희 전 대표는 자중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당원들에 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선을 치를 타 후보에 대한 도를 넘은 네거티브라는 비판도 있다. '아름다운 경선'이 되기보다는 다시 당내 분란을 촉발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인데.

= 경선을 치열하게 하고 품격있게 하겠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회 등 선거운동과정에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당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 당의 변화와 쇄신은 당의 존망이 걸려있는 문제다. 당의 변화와 쇄신 깃발인 민병렬과 함께 당을 변화시키고 쇄신해 진보로부터 멀어진 지지층의 마음을 모아내고 정권교체의 뜨거운 동력을 만들어 당 쇄신과 정권교체 이루는, 정말 신나는 대선 투쟁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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