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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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경제
HERI의 시선
우리의 물류산업은 신규진입 증가, 영세사업자 양산, 다단계거래 만연 등으로 업체 간 양극화와 시장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화물차주의 집단운송 거부로 야기된 2003년의 첫 물류대란 이후 정책당국은 다양한 시장개선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하지만 정책효과는 기대에 미치고 못하고 있다. 시장 내부의 자발성보다는 정책당국의 의지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이 크다.
이런 때에 다음달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다. 5인 이상의 조합원만 확보되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본법 시행은 물류시장에 자발적 혁신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근거를 보자.
첫째, 협동조합이 물류시장에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영세사업자 중심의 개별경영’에서 ‘조합 중심의 협동경영’으로 시장기조가 바뀌게 된다. 협동경영은 시장 내 갈등을 완화시키고, 규모 및 범위의 경영이 발휘되도록 작용할 것이다. 둘째, 생협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로 중간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영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활성화하면 고질적인 다단계거래와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완화되어 거래의 신뢰성이 크게 제고될 수 있다. 셋째, 영세 물류사업자가 협동조합에 편입되면 고용과 경영안정의 도모가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물류시장의 양극화 완화로 이어진다.
다만, 물류시장에서 협동조합이 안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시장주체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떨어진다. 제조업과 달리 물류산업이 동적 서비스산업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매일 전국을 돌아다니는 화물차주가 경영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직 종사자가 많아 협동조합의 설립 자금 확보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도입 초기에는 원청업체나 거래업체의 비협조 문제도 만만치 않다.
결국 물류시장에서의 협동조합 안착 여부는 시장의 속성과 산업 현실에 맞는 체계적인 지원책 마련에 달려 있다. 우선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과 홍보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교육과 홍보는 협동조합의 활성화 못지않게 설립에 따른 시장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의 뒷받침도 요구된다. 다만 농협 등 기존 협동조합의 육성과정에서 야기된 문제점을 고려해볼 때 보조금 등 직접지원방식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막는 제도적 장벽은 없는지, 개별법 및 제도에 대한 체계적 검토와 개선 조처도 필요할 것이다.
물류시장에서의 협동조합 안착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실천 내지 지속가능발전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정책당국과 이해관계자 모두 중지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정승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