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성자
- 강원택
-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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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노동당은 노동 계층에 대한 참정권의 확대와 함께 생겨난 대중 정당이다. 따라서 일반 당원들의 참여가 보수당에 비해서는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동시에 노조가 노동당 창당의 산파였던 만큼 당내 문제에 대한 노조의 영향력은 전통적으로 강한 편이었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이 노동당의 조직적인 특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당은 보수당에 비해서는 분권적이다. 당원들은 중앙당에서 관리하지만 노동당 지구당의 운영 규칙도 노동당 당헌에 규정되어 있다.
실제 참여와 활동은 지구당을 중심으로이뤄진다. 지구당의 하부 조직인 각 branch마다 선임한 대표자들로 구성된 지구당(Constituency Labour Party: CLP)을 운영하게 되는데 지구당의 결정 사항에 대한 투표권은 과거에는 이들만이 갖고 있었다. 대표자의 수는 당비를 낸당원의 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따라서 집단적으로 참여하는 노조의 대표들이 지구당에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CLP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의회 의원 선거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인데, 뒤에서 논의하겠지만 1993년 당헌 개정으로 이제는 대표자만이 아니라 모든 지구당의 당원들이 후보 선출에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 one member, one vote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자문기능에 그치는 보수당과는 달리, 노동당은 전당대회가 최고의권위 기관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당의 정책과 노선을 정하는 기능을 한다. 과거에는 당에 가입한 노조와 같은 가맹단체도 직접 당규나 정책안을 제출하고 표결에 참여할 수 있었다. 1992년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의 의사와는 달리 일방적 핵 무장 철폐와 같은 안이상정되고 통과된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1997년부터는 이들의 정책안 제출을 금지하고 전당대회는 제안된 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만을 결정하도록 그 권한이 바뀌었다. 정책안은 1990년 설립된 National Policy Forum의 검토를 통해 제안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노동당의 가장 중요한 정책 결정 기구는 the National Executive Committee(NEC)이다. NEC는 당의 모든 조직과 기구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National Policy Forum에서 제안된 정책안을 전당대회에 제출하기 전에 검토하고 판단하는 역할도 한다. 당의 재정과 중앙당 본부의 운영을 책임지며 당원에 대한 징계, 축출의 권한도 갖는다. 그리고 보궐 선거와 같은 때에는 후보자의 선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는다. NEC는 33명으로 구성되는데 전당대회에서 24명을 선출하고, 당수, 부당수, 유럽의회의 노동당 지도자, 3명의 당직을 맡고 있는의원, 당 재무관(Party Treasurer), 청년 당원 1명, Labour Party Black Socialist Society 이 단체의 회원이 2,500명이 넘어야 하고 노조의 1/3 이상이 이 단체에 가입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NEC에 참여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중앙당 본부는 사무총장(General Secretary)이 관리하는데 당수가 Party Chairman을 임명하는 보수당과는 달리 전당대회에서 NEC가 추천한 인물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총장의 임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간부정당이 여러 가지 정치적 자원을 지닌 엘리트들의 모임이라면 대중정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원은 다수의 당원일 것이다. 노동당 역시 다수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개별 당원들보다는 집단적으로 참여하는 기관 당원 (corporate membership)의 수가 더욱 많으며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것이 사실이다. 노동당은 당원은 직접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더라도노조나 사회주의 단체에 가입한 노조원이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그 기구에 ‘정치 기금(political levy)'을 내면 기관당원의 형태로 간접적으로 가입을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노동당은 정책이나 당 노선 결정 등에서 노조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를 나타내기도 했다.
노동당 당수의 권한은 보수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제약을받는 편이다.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 노동당 당수의 권한은 전당대회와NEC에 의해 규제를 받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인사권에서도 상당한 제약이 있다. 예컨대 노동당이 야당에서 집권당이 되면 첫 내각은 반드시 야당의 예비내각(shadow cabinet)에서 일하던 이들을 각료로 임명해야 한다. 예비내각의 구성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1989년 이후 노동당의 예비내각은 노동당의 의원들이모두 18표를 갖고 투표하여 일종의 인재 풀(pool)을 구성하는데 이중 최소 3표 이상은 여성에게 투표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인재 풀 가운데서 당 지도부가 선택하여 예비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임명 여부가 전적으로 당수의 권한인 보수당과는 달리 노동당의 부당수(Deputy Leader)는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당 의장(party chair)은 전국집행위원회의 선임 위원(senior member)이 맡도록 하였고, 또한 노동당의 원내 수석 총무(Labour chief whip) 역시 의원 투표로 선출되도록규정하고 있는 등 인사권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노동당 당수의 권한도 강한 편이다. 특히 1990년대 당 개혁 이후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당수의 권한은 더욱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전당대회에서 결정하는 정책도 사실 그 결정에 당수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당대회에서 결정한 당 노선 가운데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인기 없는 정책들은 당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선거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는 자주 발생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노동당이 보수당보다 민주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기도 한다. 일찍이 1950년대에 이미 맥켄지(McKenzie 1956)는 노동당의 당헌과는 무관하게 당내 권력이 엘리트의 수중에 놓여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웹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영국 노동당은 영국 내 모든 노동계급을 이념적, 문화적으로 포용해 내는 노동계급에 대한 ‘패권적(hegemonic)' 정당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Webb 1994: 110)고 지적하였다. 이는 결국 영국 노동당이 역사적 연대 등의 원인으로 노조의 상당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노동당의 당내 조직과 같은 형태가 되는 것을허용하였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노동당은 진정한 의미의 대중 정당이 될 필요가 없었던 것이며, 의회와 노조의 엘리트의 연립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Webb 1994: 110).
그러나 닐 키녹이 당수가 된 이후 계속되어 온 노동당 내개혁은 노조의 영향력을 줄이고 일반 당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블레어가 당수가 된 이후 당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한 정책 결정 방식을 도입하였다. 토니 블레어는 1994년 전당대회에서 사회적 소유의 추구를 규정한 당헌 4조 (Clause IV)를 폐지하는 문제를 당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보수당의 경우와 유사하게, 당수 (그리고 NEC)의 권한을 사실상 강화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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