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9일 화요일

[2013.11.19] 민주주의 파괴, 유신독재 부활 국민 여러분이 막아 주십시오

[320회 정기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문] 

민주주의 파괴,유신독재 부활 국민 여러분이 막아 주십시오

- 11월 19일 11:20
-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오병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병석 국회부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오병윤입니다.

어쩌면 오늘 이 연단에 설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자리에 함께 계신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과 더불어서 국회의원 직무정지를 15일까지 처리해달라는 가처분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소외된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를 소명으로 여기며 통합진보당은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지난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호소 드렸습니다.
“옳은 일이지만 그게 실현되겠느냐”는 질문부터 “빨갱이 같은 소리 아니냐”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심각한 양극화 시대의 해법, 결국 이것 밖에 없지 않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정당과는 대한민국에서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흔드는 정당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을 청구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입니다. 이승만 정권은 공보처의 행정처분으로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을 해산했습니다. 그래서 제2공화국 헌법에서,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정당을 해산하지 못하도록 정당해산에 대한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독일은 극우 나치 정당을 막기 위해서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정당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한 것입니다.

그러나 해외 순방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에서 전자결재로 승인한 정당해산심판청구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을 범죄시하는 독단 말고는 그 어떠한 논리적 정합성도,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 11월 5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600여 쪽에 달하는 정당해산심판청구서를 살펴봤습니다.

첫째,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사회"란 강령이 국민주권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을 주장한다", 맞습니다. 통합진보당의 꿈이자 희망입니다. 통합진보당은 노동자와 농어민, 영세자영업자와 같이 소외된 사람들이 직접 만든 정당입니다.

이런 표현이 문제라면 작년 11월 대선 후보 시절,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올해 6월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으로 거듭나기"란 제목의 토론회를 연 민주당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국민을 위해 일한다면서 실제로는 소수 특권층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 통합진보당은 단호히 배격합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나 현대 정몽구 회장, 수십 억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서 종합부동산세 깎아 달라는 분들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모든 특권을 해체하고, 일한만큼 대가 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통합진보당의 꿈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사회'야말로 우리 헌법이 보장한 '국민주권주의'의 본령입니다.

둘째, ‘진보적 민주주의’란 강령이 북한을 추종한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을 추종한다는 근거는 단 하나, 북한의 주장과 똑같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북한의 주장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공안당국이나 알 일이지, 통합진보당의 주인인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농민이 북한의 주장을 어떻게 안단 말입니까?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에서 쓰는 말이기 때문에 북한을 추종한다고 주장합니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뉴딜 시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도 쓰던 말입니다. 같은 표현이 문제라면 미국도, 루즈벨트 대통령도 북한을 추종했다는 말입니까?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progressive democratic party. 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북한을 추종했다는 것입니까?

아무리 박근혜 정권이 보수정부라 하더라도, 극우냉전시대의 낡은 논리까지 답습한다면 우리 역사는 도대체 얼마나 더 뒤로 가야 합니까? 세상은 변했는데, 공안검사 출신 김기춘 비서실장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사고는 아직도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통성 없는 독재 정권과 수구세력은 자신들의 반민주성을 위장하기 위해, 언제나 낡은 색깔론과 종북 공세란 칼날을 휘둘러왔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이제는 이런 철 지난 수법이 통하던 시대가 아닙니다.대한민국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박근혜 정권은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통합진보당의 배후에, 내란을 모의한 이른바 "RO"가 있다고 합니다. 듣도 보도 못한 “RO”, 정부는 명칭, 결성 시기, 조직 구성, 어떤 것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과 검찰의 소설일 뿐입니다.

이석기 의원의 5월 12일 강연, 녹취 잘못했다고 국정원과 검찰이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무려 272 곳이나 수정해 다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천주교 순교지를 뜻하는 마포 합정동 '절두산 성지'를 ‘결전 성지’로였고, ‘선전’ 홍보는 '성전'으로 바꾸었고, '전쟁반대를 호소하라' 를 '전쟁을 준비하라'고 바꾸었습니다.
국정원은 실수라 합니다. 한명도 아닌 여러명이 수십 차례 듣고 옮겼다는데, 과연 실수라 할 수 있습니까? 믿을 수 있습니까? 그래서 악의적 왜곡과 날조입니다. 정부는 이석기 의원을 즉시 석방해야 합니다.

존재하지도 않고 기소되지도 않은 “RO”, 조작된 녹취록은 통합진보당 해산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러니 8,000쪽이나 되는 증거자료를 헌재에 제출했지만 헌법재판소가 보완자료를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린 것 아니겠습니까.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특권 부패 정치구조 척결과 진보적 민주정치.
민생 중심의 자주 자립 경제체제.
연대와 참여를 통한 복지공동체.
노동이 존중받고 민중생존권이 보장되는 경제적 평등 사회.
진정한 성 평등 세상.
정의와 평등이 실현되고 지속가능한 사회체제.
자주와 평화가 보장되는 한반도, 민족 통일 체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국민이, 우리 민족이 꿈꾸는 세상 아닙니까?
이런 나라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2012년 5월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확정된 통합진보당의 강령입니다.

이 중 어떤 것이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흔드는 것입니까? 이런 강령이 위헌이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흔드는 것이라면,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이 바라는 세상은 무엇입니까?

소수 기득권층이 특권이 판치는 세상, 재벌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서민을 수탈하는 나라, 약육강식과 차별이 판치는 사회, 나라 경제가 투기 자본에 휘둘리는 경제, 전쟁의 위협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짓누르는 한반도가 박근혜 대통령이 꿈꾸는 세상이란 말입니까?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71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박정희의 재집권을 막지 못하면 총통제가 도래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그 뒤 유신독재라는 한국 현대사의 암흑기가 도래했습니다.

2013년,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유신 독재가 부활할 것이란 경고가 우리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국민들은 느낍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선 공약 파기와 인사 실패로 국민의 마음이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떠나가고 있습니다. 국민행복시대라지만, 우리 서민들의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통성의 위기, 민심의 위기, 민생 위기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한 길은, 더 낮은 데로 내려가서 국민과 소통해 마음을 얻는 게 아니었습니다.

통합진보당을 희생양 삼아 야권연대를 무너뜨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모면하는 것, 더 나아가 수구세력의 영구집권으로 가자는 것 그것 아니겠습니까?

총칼로 집권한 정권이, 야당 정치인을 가택에 연금하고 심지어 정보기관이 납치해 바다에 수장시키려 했던 시절을 우리는 아직 잊지 않고 있습니다.
훗날 재심에서 무죄로 판결난 내란, 간첩 조작이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있습니다.

과거의 어두운 역사일 뿐, 다시는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했던 일들이 우리 앞에 다시 펼쳐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2013년의 대한민국이, 모든 정치적 반대자의 존재 자체를 배제하는 극우 전체주의 사회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출발입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다른 목소리를 없애려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경쟁하고 공존하는 것이 역동성입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도 이 역동성입니다.

새누리당, 보수정당입니다.

새누리당의 보수적인 정강정책에 반대하지만, 저는 새누리당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단지 더 혁신하고 분발해 새누리당을 극복하고자 할 뿐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소수가 될 수 있고, 소수가 다수가 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것마저 용납하지 않습니다. 냉전의 시대 공안의 논리로 통합진보당에게 사형을 언도해 달라는 박근혜 정권에게, 다양성과 포용, 존중과 공존이라는 민주주의의 언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노동자를 위한 국회의원 단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민주화는 성취했지만, 누구도 노동자 농민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우리가 직접 당을 만들자.”
“누구에게 의지하지 말자.”
이렇게 해서 지난 2000년 민주노동당은 만들어졌습니다. 정치는 배운 사람, 가진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들녘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아니 노동자, 농민, 서민이 정치의 명실상부한 주인이 돼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은 재벌들 검은 돈이 아니라 당원들이 낸 당비로 운영하는 당입니다. 밀실 공천이 아니라 당원들이 직접 국회의원 후보도, 대통령 후보도, 당 대표도 대의원도 뽑는 진성정당입니다.

통합진보당은 서민이 스스로 만든 당이기에, 이 땅의 노동자 농민이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없앨 수 없습니다.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겠다는 것은 노동자 농민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촉구합니다. 국민의 행복을 위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노동자 농민 서민의 정당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청구를 즉각 철회하십시오.

민주주의를 지켜 헌법과 국민 앞에 다짐한 대통령의 책무를 다 하십시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정치를 하십시오.
화해와 평화, 통일의 한반도를 만드는 데 앞장서십시오.

이것이 진정한 국민행복의 시대로 가는 길임을 진심으로 말씀 올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 이기는 정권은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유신의 폭압과 군부독재의 군홧발 아래서도, 80년 5월 공수부대의 총칼 앞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국민적 열망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독재는 반드시 엄중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우리 국민은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함께 나서주십시오.
통합진보당을 지지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유신독재 철권통치로 굴절된 한국 현대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면, 공동체의 파괴로 이어질 민주주의 훼손과 퇴행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동하는 양심’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깨어있는 시민'으로 나서 주십시오.
민주주의 파괴를 국민 여러분이 막아 주십시오.


박근혜 정권의 유신 부활에 맞서 모든 민주세력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꽃 피는 대한민국, 부강한 대한민국을 우리 후손에 물려줘야 않겠습니까?

늘 그래왔듯, 험한 일은 통합진보당이 기꺼이 떠안겠습니다.
삭풍은 통합진보당이 맞겠습니다.

함께 맞서 갑시다.
함께 미래를 위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갑시다.

삭발하고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선 점에 대해 의장님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의 깊은 양해를 바라며, 끝까지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3년 11월 19일
통합진보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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