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토요일

[김갑수 선생님 글] 세상에 이런 역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인가?

“세상에 이런 역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인가?”
-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들... 당선되더라도 박근혜를 인정하지 않으련다 -               김갑수 소설가 페이스북퍼옴

세상에 이런 역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점령국의 군인이 피점령국의 대통령이 되어 18년, 그의 양자 전두환이 7년, 전두환의 동생 노태우가 또 5년, 그리고 한 세대가 엄연히 흘렀음에도 또 다시 그 점령국 군인의 따님이 민선 대통령에 오를 수가 있다는 것인가? 게다가 그들은 하나 같이 같은 지역의 수구 패거리들... 나는 설사 박근혜가 당선된다 해도, 아니 압승을 거둔다고 해도, 그를 결코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인가? 이름 없이 죽어간 무장항쟁 독립군들은 도대체 누구였던가? 상해에, 노령에, 북간도 서간도에 누워 있는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들..
.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 따님을 인정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주렸던 그들, 의복 하나 제대로 걸치지 못했던 그들, 모래알 같은 조밥에 날된장 저린무를 먹고 살았던 그들, 그마저 떨어지면 좁쌀가루에 소금을 섞어서 먹으며 견뎠다는 그들,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들...

백 근이 넘는 무장을 하고 하루에 백오십리 길을 행군하기도 했다는 그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는 보통이라고 말했던 그들, 솜 군복이 지급되면 환호작약했던 그들, 소독약이 없어서 상처 구멍을 째서 숯가루를 우겨 넣어 화농을 막았던 그들, 큰 부상을 입으면 동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자살로 해결하기도 했던 그들,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들...

어떤 때는 조국을 증오하기도 했다는 그들, 바이칼의 빙설을 물들이며 수백 개 꽃잎 모양으로 도살된 그들, 계곡의 하얀 빙설에 동지들의 피가 얼룩지고, 그 피 향기를 시베리아의 바람이 휩쓸어 갈 때 조국을 증오해 보았다는 그들,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들...

이 모든 것들을 떠나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큰 형벌이었다는 그들, 행군 중에 조국의 풀포기와 닮은 것을 보게 되면 포개서 호주머니에 넣었고, 조국의 산천을 닮은 산자락이 나타나면 울컥 눈자위가 벌개졌다는 그들. 그리하여 조국을 그리는 향수가 금수와 다를 바 없는 본능이 되어 달밤에 개 짓는 소리 하나에도 흥분했던 그들,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들...

그들의 유골이 아직 눈을 감지도 못한 채 해골을 조국 쪽으로 향해 굴리고 있을 터, 세상에 이런 역사가 또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아버지 할아버지들을 두고서 일본군인의 딸을 또 다시 대통령으로 만드는 나라가 정상일까? 그 나라의 백성들이 제 정신일까? 그 손가락들이 사람의 것일까? 아버지 할아버지를 부정하면서 살아간들 또 뭐 한단 말인가? 다시 천명하노니 나는 죽어도 그 따님을 인정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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